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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김하성 부진? 파울에 주목해야" 김하성 돕는 염경엽 전 감독의 이유있는 확신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1-03-20 09:55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새벽 6시. 염경엽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어김 없이 눈을 뜬다.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에 마련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캠프지로 향한다.

8시 마다 어김 없이 열리는 코칭스태프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하루가 분주하다.

전체적인 하루의 계획 속에 각자 파트의 업무를 확인한다. 경기를 보고, 육성선수들을 지도한다. 현지 코칭스태프와 의견을 교환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과다. 메이저리그의 선진 야구 트렌드를 접할 기회다. 물론 쌍방향이다. 육성법의 차이 등 서로 의견을 나누며 기술적 교류를 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 야구 전도사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디테일에 강한 한국야구 장점과 우수성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해박한 야구 이론가이자 현장과 프런트를 두루 섭렵한 염 전 감독의 입을 통한 설명은 현지 지도자에게도 소중한 정보다.

"미국은 그동안 투수의 습관을 잡고 이런 디테일한 움직임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았거든요. 이제 막 시작하려 하고 있어요. 이런 부분들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어요. 트랙맨 수치 분석 등 첨단 장비를 통한 기술적 분석법은 제가 배우고 있고요."

염 감독은 오는 5월 중순 귀국 후에는 한국 야구 육성에 나선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요청으로 KBO 코칭 아카데미 원장을 맡는다. 무보수를 자청했다. 재능기부, 순수 봉사다. "전직 감독으로서 한국야구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평소 소신이 담뿍 묻어나는 결정. 새로 출범한 아카데미의 체계적인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의 아마추어와 프로 지도자 교육에 나선다. 최근 트렌드 전수에 있어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하다.


"좋은 선수를 풀뿌리에서 육성하려면 충분한 정보지식과 지도력이 뒷받침 돼야죠. 요즘은 아마추어 선수도 MLB 수준으로 정보를 접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이 시간이 KBO 일에 큰 도움이 되겠죠."

저녁 식사 후 가족 지인과 문자와 통화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스스르 눈이 감기는 고된 일정. 하지만 의미 있고 보람된 시간이다.

"엄청 좋은 시간이죠.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이런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사장과 조시 스테인 부단장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염 전 감독의 중요한 '비공식 임무'가 있다. 김하성 메이저리그 적응 프로젝트다.

누가 시킨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애제자의 연착륙을 보고 돌아오는 건 염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메이저리거 김하성의 오늘. 그 뒤안길에는 염 전 감독이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김하성을 발굴, 육성한 지도자. 빅리그에서도 단숨에 인정받는 빼어난 수비력. 그 기초를 세워준 장본인이다.

김하성에게 빅리그 도전을 꿈꾸게 한 인물도 바로 염경엽 전 감독이었다. 김하성은 "감독님은 1군에서 막 풀타임을 마친 시점에 메이저리그 도전의 꿈을 심어주셨다.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셨던 은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꿈의 출발점.

염 감독과 김하성은 끊임 없이 소통한다. 서로 보고 느끼는 것을 가감 없이 전달하면서 의견을 나눈다. 야구에 대한 치밀한 이론가지만 염 감독은 기술적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본에 대한 강조와 자신감 심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시범경기 부진에 감기 몸살까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하성. 불안감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염 전 감독은 낙관적이다. 현 시점에서의 부진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다.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잘하고 있어요. 사람 눈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아요. 한국에서 7년 동안 야구하면서 눈에 익숙했던 것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과정이잖아요. 평균 스피드가 5㎞ 이상 늘어난거니까. 원래 적응은 헛스윙 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기계 볼도 스피드를 높이면 안 맞아요. 일주일 쯤 지나면 파울이 나기 시작하죠. 미국 현지 선수도 겨울을 보내고 캠프에 처음오면 타이밍이 안맞는 선수가 있거든요. 지금은 눈이 적응해 가는 시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오히려 낙관적이다. 디테일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스윙보다 파울이 많아요. 한단계 더 빨리 가고 있는거죠. 97,98마일 직구는 다 커트가 되고 있어요. 그 과정이 잡혀야 변화구 대응이 되거든요. 저는 하성이의 적응력이 빠른 편이라고 봐요."

염 감독은 김하성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기본이 되는 수비는 이미 현지에서 인정을 받은 터. 공의 차이, 스트라이크 존의 차이에 적응하는 순간 180도 달라질 거라고 낙관한다.

"팀 타격 코치도 하성이가 좋은 과정을 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지금 성적은 큰 의미 없어요. 아직 시범경기가 많이 남아있어 적응할 시간은 충분하죠. 만약 적응이 늦어지면 시즌 초에 조금 고전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오래 가지 않을겁니다."

꿈을 제시하고, 구체적 실현 방법을 알려준 멘토와 그 꿈을 현실로 만든 제자가 최고 무대에서 의기투합 했다. 시간은 김하성 편이다. 언제든 상의할 수 있는 '멘토' 염경엽 전 감독이 있어 더욱 든든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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