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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프로 입단 11년차. KBO리그 10개 구단 중 벌써 4번째 팀에서 인생 대역전을 이뤄냈다.
여기에 평균자책점은 10경기 9⅓이닝을 소화한 현재까지 0. 표본이 적긴 하지만, 여러차례 터프한 상황을 이겨낸 만큼 순도 높은 기록이다.
27일 롯데 자이언츠 전에서도 그랬다. 오지환 라모스의 홈런을 앞세워 4-0으로 앞서가던 LG는 8회 이날의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필승조로 등판한 정우영이 제구에 난조를 보이며 볼넷 3개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것. 팀 선배인 봉중근 해설위원은 "본인이 나갈 타이밍인데 전혀 준비가 안됐다"며 비판했다.
김대유는 이날 사전 인터뷰에서 "전보다 좌타자가 (내 공을)상대하기 더 어렵도록 투구폼에 변화를 줬다.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경헌호 코치님이 잡아주셨다. 그게 주효했던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우타자들도 까다로워한다'는 말에는 "자신감이 없진 않은데, 아직 표본이 너무 적다. 현재까지 운이 좋다고 말하고 싶다"며 멋적게 웃었다.
과거 구대성마냥 2루를 바라보던 투구 준비자세도 바뀌었다. 그는 "내 발 위치를 찾은 것 같다. 안정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결정구로 활용중인 커브에 대해서는 "내가 던지기 힘든 공이니까, 타자도 상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시즌 전 김대유의 목표는 그저 1군 진입이었다. 추격조라도 1군에서 뛸 수 있는 자리만 있길 바랐다. 하지만 어느덧 LG 불펜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슬그머니 필승조로도 올라섰다. 김대유는 "홀드 순위표를 솔직히 봤다"며 웃은 뒤 "여동생이 가족 단톡방에 올렸더라. 주변 지인들도 한 마디씩 한다. 지금이라도 캡쳐해야되나 싶다"며 미소지었다.
"류지현 감독님과 경헌호 코치님이 믿고 밀어주신 덕분"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앞서 스프링캠프에서 '부담갖지 말고 편하게 던져라'라는 류지현 감독의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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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는 한번의 방출, 2번의 2차 드래프트 이적을 겪은 선수다. 올시즌 개막 전까지 통산 성적은 승리, 세이브, 홀드 없이 단 1패가 전부였던 투수다. 하지만 29세 뒤늦은 나이에 비로소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김대유는 "LG 팬분들의 응원이 장난이 아니다. 우리 팀이 올해 좋은 성적을 내고, 내가 그 팀에서 잘 던지고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면서 "LG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각오도 전했다. 올시즌 목표로는 소박하게 '시즌 완주'를 내밀었다.
한편 김대유는 올시즌 마음에 크나큰 짐 하나도 안고 있다. 지난 16일 두산 베어스 전에서 박세혁의 얼굴을 맞춰 안와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입힌 것. 이날 인터뷰는 최근 김대유의 활약상에 대한 자리였지만, 김대유는 시작에 앞서 박세혁의 이야기를 꺼낸 뒤 다시한번 깊게 머리숙여 사과했다.
"박세혁 선수와 가족들, 팬들께 이 자리를 빌어 한번 더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박)세혁이 형이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이젠 운동장에서 웃으면서 인사하자'는 답장을 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한번 더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다신 그런 일이 없도록 잘 준비하는 투수가 되겠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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