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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인터뷰장에 들어선 박경수(37·KT 위즈)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내가 인터뷰를 할 자격이 있나?"라는 자괴감마저 드러냈다.
한이 풀리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걸까. 올시즌 프로 데뷔 19년만에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 시즌 타율 1할7푼7리, 6월 타율은 1할3푼9리로 더 떨어졌다. 끈기를 갖고 지켜보던 이강철 감독도 고심 끝에 김병희 강민국 등 대체 선수들을 중용하고, 박경수는 대타 또는 대수비로의 활용도가 높아진 상황.
박경수가 꼽은 부진의 원인은 타격폼 변경이다. 기존 타격폼은 레그킥이 있다보니 허리와 햄스트링에 부담을 줬다. 박경수는 "경기 중에 쥐가 올라올 뻔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경수의 SNS 계정에는 팬과의 소통이 아닌 악플러들의 비방이 가득하게 쌓였다. 당대 야수 최고 계약금이었던 4억 3000만원을 받은 박경수로선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라운드를 누빌 때와 부진으로 더그아웃에 앉아있을 때의 멘털은 또 달랐다. 베테랑으로서 동료, 후배들에게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는 자책감이 어깨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박경수는 "프로 데뷔 이래 정신적으로 가장 지쳐있었다"는 속내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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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박경수에게 힘을 준 건 오히려 후배들이었다. 박경수는 "(유)한준이 형이 부상중이라 내가 팀내 최고참이다. 그런데 후배들이 내 홈런에 너무 기뻐해주더라. 감동이 컸다. 더 미안해지고 고마워졌다"고 강조했다. "오늘 홈런 하나 쳤다고 지금까지의 부진을 잊게 할수는 없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자존심은 버린지 오래다. 새삼 독기를 품었다.
"변명은 그만두겠다. 내가 후배들에게 뭘 해줄 수 있나 생각하고 있다. 우리 팀 분위기가 참 재미있고 즐겁게 야구를 한다. 반등은 물론이고, 나 자신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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