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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도 200이닝 '씨가 마른다', 올해 4~5명 그칠듯...단축시즌 빼면 최저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1-09-07 21:36 | 최종수정 2021-09-08 07:00


필라델피아 필리스 잭 휠러는 8일(한국시각) 현재 188⅔이닝을 던져 이 부문 메이저리그 1위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KBO리그는 올해 200이닝 투수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문 1위인 키움 히어로즈 에릭 요키시(132이닝)가 남은 시즌 최대 9경기에 등판해 6이닝씩 꾸준히 던진다고 해도 186이닝 밖에 안된다. 지난해 207⅔이닝을 던졌던 KT 위즈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129⅓이닝)도 본인 방식대로 5일마다 등판해 10경기에 나가 6이닝씩 투구해도 189⅓이닝에 그친다. 다른 투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선발투수 교체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도 최근 선발투수의 '이닝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그 기점이 된 시즌은 2016년이다. 2015년까지 매년 30명 안팎, 많게는 40명을 웃돌던 200이닝 투수가 2016년 절반인 15명으로 확 줄었다. 메이저리그에 '불펜야구'가 본격 도입된 시즌으로 평가받는다. 전체 투수들의 투구이닝에서 선발투수 비중이 2015년 65.0%에서 2016년 63.3%로 감소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당시 LA 다저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불펜야구를 주도했다. 그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다저스는 선발진 부상이 잦아 불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켄리 잰슨, 페드로 바에즈, 조 블랜튼을 앞세운 불펜야구가 빛을 발했다. 다저스 투수 전체 투구이닝에서 선발진 비중은 2015년 67.7%에서 2016년 59.3%로 크게 줄었다.

클리블랜드는 그해 포스트시즌서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불펜야구가 위력을 떨쳐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해 화제가 됐다. 마무리 코디 앨런을 비롯해 앤드류 밀러, 조시 톰린, 브라이언 쇼 등 클리블랜드 불펜진은 연일 톱뉴스였다. 다저스와 마찬가지로 정규시즌 클리블랜드 선발진 비중은 2015년 68.4%에서 2016년 64.8%로 감소했다.

2015년 28명이던 200이닝 투수는 2016년 15명으로 줄었고, 이후 15명→12명→15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팀당 60경기를 치른 메이저리그는 올시즌 162경기로 환원하면서 불펜 의존도가 더욱 커진 양상이다.


뉴욕 양키스 게릿 콜은 지난달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로테이션을 두 차례나 걸러야 했다. AP연합뉴스
선수노조 파업으로 시즌이 중단된 1994년(1명) 이후 27년 만에 200이닝 투수가 한 자릿수로 격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축 시즌을 빼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이다.

8일(한국시각) 현재 양 리그를 통틀어 투구이닝 '톱4'인 잭 휠러(필라델피아 필리스·188⅔), 워커 뷸러(LA 다저스·179),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76), 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 말린스·171⅔) 등 4명 정도가 200이닝을 돌파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부문 5~10위인 로비 레이(토론토 블루제이스·166), 케빈 가우스먼(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64), 브랜든 우드러프(밀워키 브루어스·163⅓), 루이스 카스티요(신시내티 레즈·163), 헤르만 마르케스(콜로라도 로키스·161), 카일 헨드릭스(시카고 컵스·160⅔)를 포함한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각자의 평균 투구이닝과 남은 시즌 최대 등판 경기수를 적용해 계산해도 200이닝을 넘기기 어렵다.


이를 두고 팬데믹이 메이저리그 마운드 운영 방식을 불펜 위주로 바꿨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풀타임 11~13경기 등판에 그쳤던 선발투수들이 올시즌 이닝수를 확 늘리기 힘들다는 해석이다. 또 게릿 콜(뉴욕 양키스)처럼 확진 판정을 받는 에이스의 경우 이닝 확보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이란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선발투수 체력 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정보에 밝은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은 "메이저리그는 선발투수에게 많은 돈을 투자한다. 잘한다고 7,8,9회까지 밀어붙이면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투자 회수를 위해 관리해주는 것이다. 건강 차원"이라며 "게다가 불펜에 좋은 투수가 많다. 95마일 이상 던지는 투수가 수두룩하다. 두 번째 투수도 선발인 것처럼 상대를 압박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 300이닝 투수는 1980년 304이닝을 투구한 필라델피아 스티브 칼튼이다. 그해 26팀을 통틀어 20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56명이었다. 2011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저스틴 벌랜더는 251이닝을 소화해 마지막 250이닝 투수로 남아 있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이제는 200이닝마저 '씨가 말라가는' 형국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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