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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한 팀의 수장이 내뱉은 말의 무게는 남다르다. 그만큼, 그 말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더 큰 결심이 필요하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지난 7월 초 원정 숙소를 무단 이탈한 뒤 외부인과 술을 마셔 물의를 일으켰다. 무단 이탈 자체도 문제였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국에 타 팀 선수들과 동선이 겹치면서 방역수칙 위반 논란까지 불거졌다. KBO는 이들에게 '품위손상행위'로 3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키움 구단은 벌금과 함께 선배 한현희에게 15경기 자체 징계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뿐 아니다. 두 선수 파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외야수 송우현이 음주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고 방출됐다. 한현희 안우진 사태가 불거진 뒤 홍원기 감독은 "선수들이 이번 사태로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라며 프로 의식을 강조했다. 이 말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됐다. 홍 감독은 결국 지난달 10일 후반기 첫 경기를 앞두고 한현희와 안우진의 향후 기용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자 "올 시즌 구상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랜 고민이 이어졌고, 자신의 판단 실수를 인정하고 팀의 실리를 위해 방침을 바꾸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주전 여러 명이 대거 이탈한 가운데서도 키움 선수들이 힘을 합쳐 여전히 치열한 5강 싸움을 이어가는 모습에 끝내 마음이 움직였다.
홍원기 감독은 "이 사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털어놓으며 "내가 감독일지라도 히어로즈는 나를 위해 운영되고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두 선수를 올 시즌 쓰지 않겠다'는 말은 내 독단적인 판단이었고, 지금 그 내용을 번복하게 돼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홍 감독은 이어 "초임 감독으로서 경기 운영 등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있는데, 감독이라는 자리의 엄중한 무게감을 다시 느낀다. 지금도 반성하고 있다"며 "꾸지람을 겸허히 받겠다. 앞으로 언행에 좀 더 주의하고 개선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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