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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잘 던지던 삼성 좌완 허윤동(21)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날도 허윤동은 최고 146㎞까지 찍었다. 하지만 NC타선을 이겨내지 못했다.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문제는 왼손 타자 컴플렉스와 이로 인해 흔들린 제구였다. 78구 중 스트라이크는 45구에 불과했다.
이날도 지그재그로 배치된 5명의 NC 좌타자는 허윤동의 바깥쪽 공을 집요하게 파울을 내며 끝내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밸런스가 흔들린 허윤동은 이날 무려 6개의 볼넷과 1개의 사구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올시즌 최다 볼넷. 4사구가 1회에만 무려 4개가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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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과 그라운드 사정으로 사흘 내내 쉬고 나온 NC 타자들. 며칠째 야외 배팅훈련을 하지 못했다. 이날 그라운드 정비 후 짧게 훈련한 것이 전부였다.
경기 전 NC 강인권 감독대행은 "체력 충전은 됐는데 타자들의 감각이 걱정"이라고 했다. 허윤동으로선 1회 기선제압이 중요했다. 아무래도 감각이 무딘 NC 타자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피칭을 했어야 했다. 볼넷 후 베테랑 타자들의 노림수를 피하지 못했다. 1회 좌타자 손아섭 박민우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박민우는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결국 4사구 3개로 내준 무사 만루에서 박민우 볼넷 후 양의지가 초구 직구를 노려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렸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도 볼넷 직후 노진혁이 초구 직구를 노려 좌익선상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3회 안타와 볼넷으로 2사 1,2루 위기에서 허윤동은 박준영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김헌곤의 홈 보살로 추가실점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4회 또 좌타자 상대 볼넷이 화근이 돼 대량실점을 하고 말았다.
선두 이명기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2루에서 권희동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박민우의 적시 2루타가 이어졌다. 양의지에게 이날 6번째 볼넷을 내주는 순간 정신을 놓다가 2루주자의 3루 기습도루를 막지 못했다. 0-5로 뒤진 1사 1,3루에서 결국 허윤동은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다.
후속 투수가 남은 허윤동의 책임주자 득점을 허용하며 실점은 7점으로 늘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진 결국 삼성은 결국 1대17로 시즌 최다 실점을 허용하며 대패하고 말았다.
빨라진 공은 가뜩이나 공략하기 까다로운 투수 허윤동에게 큰 무기다. 하지만 스피드 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구 안정이다. 좌타자 몸쪽 승부를 하지 못하면 상대는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들 수 밖에 없다. 이날 참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남은 시즌을 안정감 있게 버텨낼 수 있다.
입단 3년 만에 선발 로테이션 안착을 꿈꾸는 허윤동. 그에게 이날은 극복해야 할 과제를 확인시켜준 쓴 약 같은 하루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