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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시작과 함께 원투펀치 2연패…'플래툰 피한' 악바리가 희망이다 [SC포커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7-24 11:27 | 최종수정 2022-07-24 11:51


롯데 황성빈.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롯데 자이언츠는 한화 이글스와 더불어 수비 시프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이다.

더그아웃의 경기내 개입이 잦다는 뜻이다. 이대호부터 한동희에 이르는 주축 타자들도 있지만, 젊은 선수들의 기용 빈도도 높은 팀이다. 때문에 수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번트, 치고 달리기 등 다양한 작전이 쓰인다.

라인업 구성 역시 마찬가지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안치홍과 정 훈의 리드오프, 이대호의 타순 역시 4번 대신 다른 타순을 선호하는 등 자신만의 기준을 제시해왔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경우 대부분 예외없이 플래툰 시스템(좌투에 우타, 우투에 좌타로 맞서는 기용)이 활용된다. 외야 한 자리를 다투는 조세진과 고승민이 대표적이다. 22~23일에도 KIA 타이거즈가 토마스 파노니와 양현종을 선발로 내세우자, 오른손 타자인 조세진이 이틀 연속 선발로 출전했다. 고승민은 대타를 맡았다.

그런데 플래툰에서 자유로운 선수가 있다. 다름아닌 '악바리' 황성빈이다.

서튼 감독이 발굴한 보석이다. 고승민 조세진 외에 이호연 추재현 윤동희 한태양 등 1군 맛을 본 롯데 신예들은 대부분 2군에서 최소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며 맹타를 입증한 선수들이다.

반면 황성빈은 입단 후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와 이렇다할 2군 기록이 없고, 올시즌에도 2군 타율이 2할6푼1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빠른발과 열정적인 주루에 반한 서튼 감독이 1군 기회를 줬고, 전반기 내내 고전하던 롯데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서튼 감독은 여러차례 "롯데에서 찾기 힘든 선수"라고 호평해왔다.


결사적인 질주와 흙묻은 유니폼은 황성빈의 트레이드 마크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롯데가 '중견수' 피터스를 퇴출하고 '코너 외야수' 렉스를 영입한 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황성빈의 잠재력이 터진 덕분이다. 당초 롯데는 피터스의 한방과 더불어 외야 수비의 구심점 역할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황성빈이 중견수 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자 피터스 대신 타격에서 제 역할을 해줄 렉스로 선회한 것.


덕분에 황성빈은 플래툰에서 자유롭다. 그리고 그 믿음에도 보답하고 있다.

후반기 첫 2경기에서 롯데는 반즈-박세웅 원투펀치를 기용하고도 2연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황성빈은 9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3할 타율에 올라섰다. 5월 첫 1군 등록 이후 매달 타율 3할 언저리를 꾸준히 유지해온 안정감이 돋보인다.

7월에는 첫 홈런 포함 장타력까지 선보이고 있다. 5~6월(장타율 3할4푼1리) 대비 1할 이상 증가한 4할4푼7리의 장타율을 과시하고 있다. 그 결과 0.7 안팎에 머물던 OPS(출루율+장타율)을 0.794까지 끌어올렸다. '컨택이 안 되니 기습번트만 노린다'며 전문 대주자라고 평가받던 5월에 비하면 천지개벽 수준의 발전이다.

손아섭(NC 다이노스), 더 나아가 전준우의 후계자를 찾기 위해 많은 내야 유망주를 외야로 돌리는 등 노력을 기울여온 롯데. 하지만 예상치 못한 황성빈의 잠재력 폭발에 큰웃음을 짓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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