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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여성 관중을 잡아라.'
프로야구(KBO리그)는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아픔을 벗고 올해 개막전부터 100% 관중 수용을 하고 있는데 예전만큼의 관중이 오지 않으면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물론 시즌 초반은 육성응원이 금지되고 코로나19 방역으로 관중동원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예년의 뜨거움이 아쉽기만 하다. 돌파구는 있다. 여성관중 유치가 해결책 중 하나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 마음껏 야구장에서 즐길 수 있게 됐는데 관중수는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7월 31일 현재 464경기를 치러 384만1488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8279명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남성 위주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을 기점으로 대중적인 인기가 늘면서 여성 관중이 크게 늘었다. 구단들도 여성을 위한 마케팅을 하면서 여성 관중 유치에 힘을 쏟았다. 라이트팬의 증가는 프로야구 저변 확대로 이어졌다.
그 결과 2018년엔 KBO리그를 찾은 여성 관중이 전체의 45.9%를 차지했고, 2019년엔 48%까지 늘었다. 2명중 한명은 여성 관중이었던 셈이다. 여성 관중의 증가는 가족단위 팬의 증가, 유소년 야구팬의 증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관중입장이 제한적이었던 지난해엔 여성 관중이 38.5%로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직된 사회분위기가 주된 영향이었지만 그 사이 여성들에게 야구에 대한 관심이 다소 하락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제한된 관중입장만 가능한 상황에선 그만큼 충성도가 높은 야구팬들이 더 많이 야구장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KBO리그 팀들은 입장관중수를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들이 예전에 하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고, 여성 관중을 위한 특별한 타깃 마케팅은 제자리걸음이다. 관중 제한이 풀린 첫 해이고 코로나19가 계속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구단들의 공통된 고충. 일단 전체 관중을 대상으로 폭넓게 관중동원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경우 2009년 여성 관중 증대를 위해 KBO리그에서 최초로 여성팬을 타깃으로 한 '퀸즈 데이' 이벤트를 진행했었다. 이를 꾸준히 진행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상태다. 두산 측은 "현재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굿즈 제작에 노력 중이다. 여성용 유니폼의 허리 부분을 곡선을 만든 디자인을 도입해 호평을 받았고 이를 일본 프로야구 팀에서 벤치마킹 하기도 했다. 여성 선호도가 높은 핑크색 계열의 상품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LG 트윈스는 '여자가 사랑한 다이아몬드'라는 특강을 대학에서 진행하며 여성 야구팬 모으기에 앞장서기도 했었다. 최근엔 따로 특화된 여성 마케팅은 약화된 상태. 대신 '잔망 루피' 등 여성 관중들에게 인기있는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고, 여성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경품으로 지급하고, SNS 계정을 통한 마케팅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더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프로배구의 경우는 프로야구와는 다른 흐름이다. 프로야구는 여성 관중을 다시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프로배구는 늘어난 여성 관중을 떠나지 않게 꽉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여성 관중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여성 팬들의 인기가 많았던 남자부의 경우 여성 관중 비율이 2018년엔 58.5%였는데 지난해엔 68.1%로 증가했다. 관중 제한에 여성이 이렇게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충성도 높은 여성팬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자부는 여성 관중 비율이 놀랍다. 2018년에 여성 관중이 35.8%였는데 지난 시즌엔 62.5%로 크게 늘었다. 여자배구의 여성팬 비율은 이미 남성팬들을 압도하고 있다. 여자배구 선수들의 강렬한 '걸크러쉬'에 여성팬들은 박수갈채다.
여자배구 최고 인기 스타인 '배구 여제' 김연경이 2019∼2020시즌에 복귀가 여성팬들의 관심을 자극했고,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이 4강에 오른 효과는 하이라이트였다. 김연경 뿐만 아니라 국내 여자 배구선수들에 대한 호감도가 극대화된 결과다.
이렇게 선수들이 올려 놓은 인기를 구단에서 놓치면 안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여성 관중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