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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게임의 흐름을 읽는 눈. 무척 중요하다.
7일 사직 NC전. '천재 유격수'로 불리는 미국프로야구 출신 롯데 베테랑 내야수 이학주(32)의 공 하나의 선택이 아쉬웠다.
2회초 6실점으로 0-6으로 뒤진 5회말. 7번 이학주가 선두 타자로 타석에 섰다. 마운드에는 데뷔 세 시즌 만에 첫승을 눈 앞에 둔 우완 김태경. 자신의 데뷔 최다 이닝 타이와 함께 첫승 요건을 앞둔 신예. 긴장될 수 밖에 없었다.
결과는 평범한 좌익수 뜬공 아웃. 잔뜩 긴장했던 김태경에게 안도감을 안겨준 순간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김태경은 후속타자 지시완과 박승욱을 범타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5회를 마무리 짓고 승리요건을 갖췄다.
NC 벤치에도 큰 고민을 덜어준 5회였다.
이날 경기 전 NC 강인권 감독대행은 김태경에 대해 "일단 5이닝 만 생각하고 있다. 초반에 흔들리면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빠른 투수교체에 대한 시사. 그럴 만도 했다.
이날 경기를 마치면 10개 구단에는 일제히 이틀간의 꿀맛 휴식일이 주어진다. 이틀을 쉰 뒤 10일 부터 주중 3연전을 치른다. 다음 주말부터 시작되는 2연전에 맞춰 조정된 스케줄. 일요일인 이날 경기에 불펜 총력전은 당연한 일이었다.
롯데 벤치는 0-6으로 뒤지고 있음에도 필승조를 풀가동하며 역전의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서튼 감독은 5회초 좌완 김유영을 올리며 승리 의지를 선수단에 널리 알렸다.
2회 6실점 후 루키 이민석의 깜짝 호투로 5회까지 추가득점을 억제한 상황. 롯데가 5회 추격의 점수를 내면 경기 후반 역전을 노려볼 수 있었다. 한방보다는 출루를 통한 주자 쌓기가 중요했던 5회말 롯데 공격.
주자가 쌓이면 불펜 총력전을 각오한 NC 벤치로선 데뷔 첫승을 눈 앞에 둔 선발 김태경의 교체 타이밍을 놓고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김태경 역시 조바심에 밸런스가 흐트러질 수 있었다.
경기 흐름과 벤치의 의중을 읽고 상황에 맞춘 대응이 아쉬웠다.
결국 선두타자 출루에 실패하며 압박에 실패한 롯데는 6회 이후 매 이닝 실점하며 0대14대로 대패하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롯데는 NC에 루징시리즈로 7위 자리를 내주고 8위로 내려 앉았다. 가을야구를 향한 여정이 더 험난해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