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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부산 사직구장 전광판 좌측 하단에는 롯데 올드유니폼 색깔인 하늘색 바탕에 붉은 숫자 11번이 게시돼 있다.
9일 현재 119안타와 0.322의 고타율에 13홈런, 55타점, OPS 0.840을 기록하며 여전히 최고 활약을 펼치고 있는 현역 레전드. 예고된 그의 은퇴는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예고된 아픔이다.
헤어질 걸 알면서 지켜보는 모습. 양 손에 담은 물 처럼 잡을 수 없는 걸 잡고 싶은 상실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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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진 어려움 속에서도 "매일 이기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5위, 그 이상을 하는 게 목표다. 위를 바라보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래리 서튼 감독. "이대호가 가장 반겨줬다. 그에게 은퇴시즌을 함께 하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는 돌아온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
롯데 자이언츠 구성원 모두와 이대호의 매 순간을 현장에서 눈에 담아두고픈 팬들의 염원은 이대호와 함께 하는 가을야구다. 더 나아가 퀸의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이 울려퍼지는 뭉클한 장면 속에 눈물로 전설을 떠나보내는 그림일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남은 시즌, 롯데는 과연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현실은 어렵다. 5위권에 자꾸 멀어져간다. 후반기 시작부터의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이대호를 위해, 30도가 넘는 무덥고 습한 여름 밤 야구장에서 '대~호'를 목청껏 외치는 팬들을 위해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딱 하나 있다.
진심을 다한 노력이다.
하나가 되고, 포기 없이 이기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면 충분하다.
가을야구 기적이 극적으로 이뤄질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팀은 점점 강해질 것이고, 결국 그가 떠난 후에라도 만개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텅빈 그라운드를 담는 이대호가 원하는 롯데의 미래이자 그가 남길 유산이 될 것이다.
언젠가 사직구장에 울려퍼질 퀸의 '위 아 더 챔피언'. 그 감동의 그라운드 위에서 누군가 한 사람은 외칠 것이다. '대~호'.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