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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아유, 무슨 감독입니까(웃음)."
'선수 손승락'은 현역 시절 KBO리를 대표하는 클로저였다. 9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 네 번의 구원왕 타이틀, KBO리그 통산 세이브 2위(271개) 등 숱한 기록을 갖고 있다. 기량 뿐만 아니라 뛰어난 리더십으로 후배 투수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만큼, 은퇴 후에도 곧 지도자로 나설 것이란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그를 KIA는 새롭게 꾸려진 데이터팀의 호크아이 시스템 운영에 먼저 투입했다. 경기 장면을 카메라로 추적해 트래킹 데이터 수치를 그래픽으로 변환하는 호크아이 시스템은 현재 KBO리그에서 KIA가 유일하게 시도하고 있다. 현역시절 경험, 리더십에 미국 연수 시절 다저스 팜(Farm)의 육성 시스템, 데이터 활용법을 경험한 손 감독이 데이터팀과 현장 가교 역할을 잘 수행할 것으로 여겼다. KIA는 코치진 개편 발표를 통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수 발굴과 육성에 탁월한 역량을 보여 지휘봉을 맡겼다"고 손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손 감독은 "생각지도 못하게 중책을 맡았다. 올해 KIA에 합류해 여러 업무를 맡았는데, 구단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선진적인 시스템과 육성 환경을 만드는 게 구단의 방침인데, 그 방향에 맞도록 팀을 잘 이끌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감독은 '협업'과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다저스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결국 팜(Farm)의 힘이다. 그 팜을 만드는 게 협업이 있기 때문이다. 투-타, 트레이닝 등 파트에 관계 없이 모두가 야구장에서 한 마음으로 임하고 협업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선수 한 명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또 "신뢰가 없다면 선수들이 따르지 않는 시대다. 아무리 좋은 환경, 시스템이 있어도 선수들이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며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이기에 퓨처스팀에 있다고 본다. 그 선수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떤 코칭을 원하는 지 듣는 게 우선이다. 선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협업이 시너지를 내고, 좋은 시스템도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퓨처스 시스템 구축과 육성도 결국 1군에 갈 수 있는 미래 전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1군의 목표 달성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해 '타이거즈식 야구'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