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가던 팬이 민재 선수, 올해 정말 고생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을 때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를 잘 했다, 정말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잘 버티고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왔다고 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사실 큰 감흥은 없어요. 팀이 좋아야 선수가 빛이 나잖아요. 올 시즌 성적은 정말 다 잊었어요."
27일 대전야구장에서 마주한 장민재는 담담하게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개인적으로는 최고 시즌이었지만 팀은 최악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3년 연속 꼴찌.
"지난 14년 간 매년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어요. 프로에선 방심하는 순간 끝나더라고요.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거지, 자리 잡았다고 여유 부리면 끝나더라고요. 매 시즌, 매 경기, 긴장하면서 살아왔어요."
장민재하면 바로 떠오르는 구종, 포크볼이다. 상대 타자가 가장 경계하는 최고 무기다.
|
|
"일단 저는 뛰어난 투수가 아닙니다.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 강력한 구위로 내리찍는 투수가 아니잖아요. 어떻게 하면 프로야구에서 살아남을까, 계속해서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포크볼도 생존을 위해 장민재가 고민한 결과물이다. 4~5년 전부터 주무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해졌다.
"같은 구종을 던지더라도 코스에 따라 다른 구종이 된다고 생각해요. 직구도 바깥쪽, 몸쪽, 하이볼, 낮은 공 다 다르잖아요. 변화구도 그렇게 던져보자 하다가, 저 만의 주무기가 됐어요. 포크볼을 가장 잘 던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자부심은 갖고 있어요. 하지만 야구에 정답은 없어요. 아무리 잘 던져도 타자가 잘 치면 의미 없잖아요."
그는 경기 전 준비 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매 이닝이 끝나면 상대 타자의 전 타석 기록, 타격 타이밍, 영상 등을 빠짐없이 체크, 분석한다.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이다.
뭘 던져도 치는 타자, 참 까다롭다. LG 트윈스 김현수(34)가 그렇다. 어떻게 하면 잡을까 연구해 여러가지 시도를 했다. 초구부터 포크볼을 던지기도 했다. 칠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던진공도 있다. 김현수는 이번 시즌 장민재를 상대로 8타석 6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김현수 선배에게 왜 그렇게 잘 치냐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야구가 그런 것처럼, 정답은 없더라고요."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더 힘을 했다. 9연패 중이던 5월 15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 5이닝 3실점 호투로 연패 탈출의 발판을 놓았다. 6월 24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5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연패를 끊었다. 당시 한화는 10연패 중이었다.
"10연패 다음 경기에 선발로 나섰는데 솔직히 부담이 되고 힘들었어요. 잠도 못 자고 컨디션이
|
장민재가 꼽은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다. 당시 삼성은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이 선발 등판했다.
"내년 시즌도 올해와 같아요. 올해 잘 했다고 선발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생각 안 해요. 중간, 선발 상관없이 1군에서 공을 던지는 게 첫 번짹 목표입니다. 보직에 상관없이 똑같이 준비할거고요."
경쟁의 연속이다. 내년 시즌 선발 다섯 자리 중 2개는 외국인 투수 몫이다. 일단 김민우와 장민재, 유망주 문동주 남지민 등이 유력한 선발 후보군이다.
"지난 시즌은 다 잊고 '0'에서 시작해요. 매년 그랬어요. 2023년 개막전까지 개인 훈련 일정. 단계별 피칭 스케줄을 모두 짜놨고요."
내년 시즌 준비의 시작은 마무리 훈련이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