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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T 이강철 감독이 ABS에 대해 얘기하다가 포수가 프레이밍을 안해도 되는 시대가 왔다면서 갑자기 강백호가 포수를 봐도 괜찮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을 때가 3월 10일이었다. 이 감독이 마침 더그아웃에 훈련하다가 들어온 강백호가 보여서 한 말이 씨가 됐고, 한달도 채 되지 않은 4월 6일 잠실 LG 트윈스전서 강백호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선발 출전했다. 프로데뷔 7년만에 첫 포수 선발 출전이었다.
경기후 인터뷰에 임하는 강백호의 얼굴은 분명 지쳐보였지만 그러면서도 조금은 편안하고 희망을 보는 듯한 기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강백호는 "처음이다 보니까 익숙치 않아서 실수가 많이 나올 거 같아 걱정을 많이 했었다"면서 "투수들이 너무 좋아서 내가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겨서 진짜 다행이다. 좋은 투수들이 내가 불안해서 힘들었나 싶기도 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빠르게 승부구를 던지게 하거나 직구만 5개, 혹은 커브만 5개를 요구하는 공격적인 리드가 인상 깊었다. 강백호는 "사인은 다 내가 스스로 낸 것"이라며 "원상현이 구위가 좋아서 공격적으로 빠르게 들어가려고 했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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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킹 자세가 좋았다고 하자 "7년전에 했던 거라 가물가물 하지만 운동선수로서 몸으로 하던거라 나온 것 같다"면서 "야수와 달라서 포수는 결국 투수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내가 불안한 모습을 투수들에게 보여주면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 같아서 열심히 받으려고 했고 투수와 얘기도 많이 나눴다"라고 했다.
팝플라이를 잡은 것을 묻자 "전날에 연습을 했는데 연습과 실전은 크게 달랐다"면서 "사실 어떻게 잡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미트에서 공이 한번 나왔다가 다시 꽉 잡아서 다행이었다"라고 했다.
상대의 두번의 도루를 두번 다 막지 못했다. 한번은 높게 온 공을 점프하며 잡았는데 자신이 잡은 줄 모르고 두리번대다 홍창기에게 도루를 허용했고, 두번째는 포크볼이 원바운드로 와 그것을 처리하고 보니 이미 박해민이 2루에 다다르고 있어 송구를 포기했었다.
강백호는 이날 패스트볼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전광판에 하얀 부분이 있는게 거기에 공이 들어가버려 공이 안보였다. 그래서 잡은 줄도 모르고 찾아봤다"라며 다음엔 미리 알고 대비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보통 포수처럼 잘한다고 하자 "갑자기 하니까 잘해 보일 뿐 전문 포수로는 많이 부족하다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포수로서 안타를 맞고, 점수를 줄 때의 마음은 또 달랐다. 강백호는 "공을 선택을 해서 투수가 믿고 던졌는데 그게 안타가 되면 많이 속상하더라. 많이 이입이 되고…"라면서 "우리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줬는데 점수를 주니까 기분이 안좋았다. 포수가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있더라"라고 했다.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선수들이 잘해서 이겨서 너무 고맙고 투수들에게 감사하다"면서 "내가 투수였으면 화났을 것 같다. 좋은 포수들이 많은데 처음하는 포수와 하면 불편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도 믿고 잘던져줘서 우리 투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