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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디에이고 파드리스 AJ 프렐러 단장은 지난해 2월 11일(이하 한국시각) 펫코파크 프레스룸에서 "계약기간 6년 동안 마운드에서 끊임없이 변신하는 능력을 앞세워 어떤 무대에서든 잘 던질 것이라는 큰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투수와 5년 이상 장기계약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요즘 마흔을 바라보는 투수와 6년 계약은 무모해 보인다. 그만큼 샌디에이고가 다르빗슈를 믿는 구석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연장계약 첫 시즌인 작년 그는 24경기에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4.56을 올리는데 그쳤다. 시즌 종료 한 달여를 앞둔 8월 말 팔꿈치 부상을 입어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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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건강한 다르빗슈는 여전히 사이영상급 투수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IL에서 돌아온 지난 1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5이닝 3안타 무실점의 깔끔한 투구로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 7일 컵스전과 13일 다저스전서 각각 5이닝 3안타 무실점, 7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이어가더니 20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경기에서도 7이닝 2안타 무실점의 눈부신 피칭으로 4연승을 질주했다.
5월 1일 다저스전 5회부터 이날까지 2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시즌 초 4점대로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을 2.08로 낮췄다. 올시즌 47⅔이닝을 던져 규정이닝(48이닝)에 조금 모자라지만, NL 평균자책점 부문 4위에 해당한다.
다르빗슈가 미국 커리어에서 4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을 한 것은 처음이다. 샌디에이고 투수가 4경기 연속 선발 5이닝을 던지면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것도 다르빗슈가 역대 최초. 게다가 37세 이상인 투수가 4선발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인 것은 1901년 이후 케니 로저스에 이어 두 번째다. 로저스는 2005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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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노모 히데오와 구로다 히로키가 각각 미일 통산 201승, 203승을 올린 바 있다. 노모는 일본서 78승, 메이저리그에서 123승, 구로다는 일본서 124승, 메이저리그에서 79승을 각각 기록했다.
경기 후 다르빗슈는 MLB.com 인터뷰에서 "200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잘 알지만 지금 200승의 의미를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면서 "노모 히데오와 구로다 히로키, 두 분이 얼마나 훌륭한 투수인지 우리는 잘 안다. 그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간 자체가 나에게는 영광이며 앞으로 발전하는데 있어 자신감을 줄 것 같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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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그는 2022년 9월 4일 다저스전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1750탈삼진을 돌파하며 미일 합계 3000탈삼진을 기록한 바 있다. 니혼햄 시절 1250탈삼진을 올린 다르빗슈는 노모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1000탈삼진 이상, 합계 3000탈삼진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올해 38세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다르빗슈가 언제까지 정상급 기량을 유지할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샌디에이고는 6년 연장계약을 하면서 연봉을 전반 3년에 6200만달러를 몰아넣고, 후반 3년에 4600만달러를 책정했다.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날 현지 유력 매체들이 다르빗슈의 미일 통산 200승을 톱뉴스로 다뤘다는 점이다. NPB 경력을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끌어들여 합산 기록을 운운하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NPB 출신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와 컵스 이마나가 쇼타의 맹활약을 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 통산 3089안타를 쳐 NPB 시절 1278안타와 합친 4367안타를 마크하고 은퇴했을 때 피트 로즈의 4256안타를 깬 세계 기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콧방귀도 뀌지 않던 그들이 그 판단을 바꿀 지도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