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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가장 성적이 좋았을 때는 지금처럼 팬분들이 많지 않았다. 최근 우리팀 팬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
그러나 팀 성적이 좋지 못했기에 2016년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박 코치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기 전까지 KT에서 10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6년을 주장으로 보냈는데, 가장 힘들었던 해로 2016년을 꼽았다.
박 코치는 "첫 주장을 맡고 개인 성적은 좋았지만, 그때 거의 어느 팀이나 우리팀과 붙으려고 했다. '빨리 KT 언제 만나냐'했던 시절이다. 내가 주장하면서 그때 김민혁은 20살인가 21살이었다. 패배의식이나 이런 것들이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주장으로서 고참 역할을 하면서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이 감독은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유)한준이와 (박)경수 두 사람의 역할이 엄청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가 팀에 왔을 때는 내가 말할 게 없이 잘 돌아갔다. 그런 루틴을 만드는 데 경수의 역할이 엄청 컸고, 리더십도 좋았다. 몰랐는데 되게 무서운 선배이기도 했더라(웃음)"고 추억했다.
박 코치는 팀의 기틀을 다진 선수라는 이 감독의 칭찬과 관련해서는 "노력했던 것은 사실이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분이 알 것이다. 구단이나 감독님이 오픈돼 있지 않으면 그 또한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후배들의 생각이다. 같이 있었던 고참 선수들 , 다 동의를 했고 다 같이 노력했기에 현재 우리 문화가 만들어지고 정착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준이 형도 고생 많이 했고, 배운 것도 많다. 내가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다 같이 좋은 문화를 만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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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강팀으로 성장하면서 자연히 응원하는 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박 코치의 은퇴식이 예고된 이날 수원KT위즈파크 1만8700석은 경기 개시 35분을 앞두고 모두 팔렸다.
박 코치는 "사실 일찍 출근하는 편인데, 팬분들이 줄을 엄청 길게 서 있는 것을 보고 프런트 직원에게 물었더니 내 사인회 줄이라고 하더라. 내가 가장 성적이 좋았을 때는 팬분들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최근에 우리팀 팬들이 정말 많이 늘어서 과연 선수 박경수에 대한 생각이 어떨지 궁금했다. 오늘(1일) 줄을 선 모습을 보고 또 다른 감동이 오더라.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KT 위즈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다 감수하고 팬분들한테 늘 좋은 모습,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선수 박경수로서 많은 응원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은퇴식 특별 엔트리로 등록된 박 코치는 KT가 3-5로 뒤진 9회초 1사 1루 위기 최형우 타석 때 2루수 오윤석의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박 코치는 개인 통산 2044번째 경기에 나서자마자 관중석에 있는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지난해 4월 2일 수원 KIA전 이후 425일 만의 출전이었다. 투수 문용익이 마지막 남은 아웃카운트 2개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박경수가 타구를 처리할 기회는 없었다. 박경수는 9회말 선두타자 타석을 앞두고 대타 배정대와 교체됐고, KT는 3대5로 석패했다.
박 코치는 경기 뒤 눈물을 보이며 은퇴사를 읽었다.
박 코치는 "2003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 20년 넘는 시간 동안 나는 한결 같이 야구선수로 살아왔다. 야구를 사랑했고, 야구를 잘하고 싶었고, 야구장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늘 간절했다. 무수한 훈련과 경기, 그리고 팬 여러분의 함성 속에서 나는 웃고, 울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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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막내 코치 박경수는) 나름대로 잘한다. 자기가 재미있어하고 보니까. 본인이 좋아하니 고맙다. 선수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KT에 와서 선수 생활이 잘 풀리지 않았나. 지도자로는 처음부터 잘 풀려서 갔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다해 응원했다.
박 코치는 "매우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재미있고, 몸이 안 아파서 정말 좋다. 말년에 몸이 많이 안 좋아서 트레이닝 파트에 신세를 많이 졌다. 지도자로 첫 시즌을 치르면서 보는 시각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코치님들과 매일 미팅하면서 준비하는 게 재미있고, 공부도 된다"며 좋은 코치로 성장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박 코치는 또 "팬 여러분, 그리고 KT 위즈.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을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박경수라는 이름, 그리고 6번이라는 등번호가 여러분의 기억 속에 좋은 선수로 남기를 소망한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고 마음을 표현하며 고개를 숙였다.
박 코치는 KBO 통산 성적 2044경기, 0.249(5608타수 1396안타), 161홈런, 719타점으로 진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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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