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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죄송합니다. 내 책임입니다."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시즌이었다. 두산은 콜어빈과 잭로그로 원투펀치를 꾸리고 새 외국인 타자로 케이브를 영입했다. 콜어빈과 케이브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온 선수라 기대치가 높았는데, 정작 둘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콜어빈은 12경기에서 5승5패, 67⅓이닝, 평균자책점 4.28에 그치며 1선발의 몫을 전혀 하지 못했고, 케이브는 50경기에서 타율 0.286(206타수 59안타), 4홈런, 25타점, OPS 0.731로 부진하다.
무엇보다 국내 에이스 곽빈의 이탈이 뼈아팠다. 안 그래도 국내 선발투수 뎁스가 얇은 두산인데 곽빈이 개막 직전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큰 구멍이 생겼다. 필승조 핵심인 홍건희가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한 것도 큰 마이너스 요소였다. 최민석과 홍민규 등 올해 신인 투수 2명이 이 빈자리를 채워야 했을 정도.
내야수 오명진과 임종성이라는 새 얼굴을 발견한 것이 그나마 수확이라면 수확. 외야 세대교체를 기대했던 김민석과 김대한은 아직 잠재력을 다 터트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라운드에서 두산다운 에너지가 실종됐다는 이야기가 유독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허슬플레이라는 팀 컬러가 실종된 것은 물론이고, 승패와 상관없이 파이팅이 없는 더그아웃 분위기도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이 전 감독은 팀 분위기를 한번 바꿀 큰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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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이 전 감독과 3년 총액 18억원에 계약했다. 신인 감독 역대 최고 대우.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이 전 감독이 어떻게 팀을 끌고 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결국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이 전 감독은 2022년 9위였던 두산을 맡아 2023년 5위, 2024년 4위로 팀을 이끌었다.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모두 패하는 바람에 성과가 빛을 잃었다. 지난해에는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전 전패하는 바람에 역대 최초 4위팀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은 취임 당시 임기 3년 안에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올해가 마지막 기회였는데 시즌 58경기 만에 도전을 멈추게 됐다. 자진 사퇴라는 원치 않았던 결말과 마주하게 됐지만, 이 전 감독은 정든 두산 프런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을 떠났다.
두산 관계자는 "세 시즌간 팀을 이끌어주신 이승엽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두산은 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부터 조성환 QC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기기로 했다. 조성환 대행 체제로 시즌을 완주할지, 아니면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
두산 관계자는 "조성환 코치에게 대행을 맡아달라고 전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시즌 끝까지 갈지 말지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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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