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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이승엽 감독이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항간에서 추측하는 '자진사퇴 형식을 빌린 경질'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스 곽빈과 필승조 홍건희 복귀를 앞두고 이승엽 감독은 놀라운 결단을 내렸다.
이승엽 감독이 두산을 위한 마지막 한 수로 '극약처방'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전력 플러스가 될 때 선수단이 정신적으로도 똘똘 뭉칠 수 있도록 자신이 희생했다.
두산은 올 시즌 시작부터 꼬였다. 개막 1주차에 핵심투수 3인방이 이탈했다. 곽빈 홍건희와 좌완 필승조 이병헌까지 쓰러졌다. 외국인투수 콜어빈과 잭로그는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것과 달리 시즌 초반 활약이 실망스러웠다. 믿었던 마무리 김택연이 무려 3경기에서 결정적인 동점 2점 홈런을 맞았다.
팀 상황을 핑계삼아 갑자기 '리빌딩을 하겠다'느니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전폭적으로 주겠다'느니 노선을 변경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승엽 감독은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며 팀 전력이 정상화 될 때까지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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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문제는 타선이었다. 두산은 오명진 임종성 김준상 등 신인 내야수들을 발굴해냈다. 그러나 내야 핵심인 박준영 이유찬이 부상으로 또 빠졌다. 고액 FA인 김재환 양석환이 해결사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키움과의 주말 3연전에서 20이닝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2경기 연속 0대1로 패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대로라면 곽빈이 와도 반등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곽빈 복귀'는 올해 두산이 치고 올라갈 사실상 마지막 찬스다. 여기에서도 반격에 실패하면 7월 8월 이후에는 새로운 동력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승엽 감독은 이 시점에서 두산에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사퇴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분간 조성환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다. 두산은 추후 회의를 통해 신임 감독 선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