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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너무 여기(1군)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까.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도 많았고, 당연하게 생각해서 그게 행복한 줄 모르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요."
이 감독은 정신을 못 차리는 최원준을 따끔하게 질책했다. 최원준은 지난달 21일 수원 KT 위즈전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1회 평범한 뜬공을 놓치는 말도 안 되는 실책을 저질렀다. 이 감독은 곧장 최원준을 문책성 교체했고, 그 길로 2군행을 통보했다. 팀과 개인 모두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 돌아오라는 바람이 담긴 결정이었다.
최원준은 "감독님이 나를 (2군에) 내려보내신 게 단지 실수 때문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자꾸 타격이 안 되다 보니까 거기에 너무 얽매여 있으니까. 수비에서도 자꾸 딴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그런 점에서 내게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안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감독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최원준은 "성실하게 야구를 안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는 항상 성실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1군에서 경기를 많이 뛰었다고 2군 후배들이랑 하는데 설렁설렁하는 것은 감독님도 좋게 안 봐주실 것이고, 후배들도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했는데 그걸 조금 성실하게 봐주셨던 것 같다"고 지난달 2군에서 보낸 20일을 되돌아봤다.
1군에서 주전이 익숙했던 최원준에게 오히려 올해의 시련이 꼭 필요했던 듯하다. 야구를 향한 간절한 마음, 초심을 다시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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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은 "많은 것들을 다잡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이렇게 2군을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어떤 마음을 갖고 야구를 해야 할지 정할 수 있는 시기였다. 어린 선수들이랑 2군에서 야구를 하다 보니 재미는 없었는데, 그래도 내가 같이 하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다. 내가 너무 여기(1군)에 오래 있다 보니까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도 많았고, 당연하게 생각해서 행복한 줄도 모르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조금 생각을 달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최원준은 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모처럼 공수에서 활약하며 8대3 승리에 힘을 보탰다. 6-3으로 앞선 8회말 2사 2루 위기에 대타 김인태의 장타성 타구를 담장에 부딪히며 낚아채는 호수비를 하더니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투런포를 터트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최원준은 모처럼 나온 호수비와 관련해 "아무래도 계속 실수들이 나와서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야구는 해야 하니까. 더 열심히 수비하고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계속 편하게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 주셔서 그런 점에서 조금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감독은 어쨌든 최원준은 팀을 위해서 꼭 살아나야 하는 선수라고 늘 이야기한다. KIA는 시즌 성적 29승28패1무로 7위에 머물러 있지만, 5위 삼성 라이온즈와 고작 1경기차밖에 나지 않는다. 4위 SSG 랜더스와도 2경기차다. 조만간 나성범이 부상에서 돌아오고, 후반기에 김도영 김선빈까지 합류하면 다시 몰아붙일 힘은 충분하다. 지금은 최원준이 최형우, 박찬호 등과 함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최원준은 "(내가 해줘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어려운 것 같다. 감독님께서 어떤 것을 원하시고 어떤 것을 저한테 기대고 싶은지 아는데 너무 안 되다 보니까. 그게 힘들었던 것 같다. 생각을 최대한 정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원준은 지난 1일 1군에 등록됐을 때 모자 안쪽에 '초심, 행복, 웃자, 즐겁게'를 적었다.
최원준은 "아내랑 이야기해서 1군에 올라오면서 썼다. (부진의) 이유가 기술적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것을 다 해봤는데도 안 되더라. 이제는 조금 멘탈적으로도 내가 너무 나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게 아닌지. 그렇게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멘탈 쪽으로 뭐라도 해보자 이런 생각으로 팀에 피해는 주면 안 되니까. 그래서 적은 것"이라며 앞으로는 웃을 일만 가득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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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