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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신인 등장' 1989년 대선배 진기록 따라잡다니…미스터 제로, 구단 역사 쓰나

김민경 기자

기사입력 2025-06-17 23:41 | 최종수정 2025-06-18 03:22


'미친 신인 등장' 1989년 대선배 진기록 따라잡다니…미스터 제로, 구…
KIA 타이거즈 성영탁.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 타이거즈 우완 성영탁이 구단 역사를 새로 쓸 준비를 마쳤다.

성영탁은 17일 광주 KT 위즈전 8-2로 앞선 7회 2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24구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10대3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13⅔이닝째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가며 평균자책점 0.00을 유지했다.

프로 데뷔 11경기 만에 구단 신기록 작성을 눈앞에 뒀다. 구단 역사상 데뷔전 이후 최장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은 대선배 조계현이 보유하고 있다. 조계현은 해태 타이거즈 시절인 1989년 4월 9일 무등 빙그레 이글스전부터 1989년 4월 22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13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성영탁은 이날 조계현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이제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무실점으로 잡으면 36년 만에 새로운 구단 역사를 쓰게 된다.

과정이 쉽진 않았다. 성영탁은 7회 선두타자 배정대를 헛스윙 삼진으로 잘 돌려세웠지만, 김상수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꼬였다. 다음 타자 안현민이 3루수 포구 실책으로 출루하는 악재까지 겹쳐 1사 1, 2루 위기에 놓였고, 이정훈에게 안타를 맞아 만루가 됐다.

프로 데뷔 후 첫 실점 위기에서 마주한 타자는 KT의 강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 성영탁은 신중하되 볼카운트가 몰리지 않도록 집중해서 투구했고, 볼카운트 1B2S에서 커브를 던져 2루수 병살타로 이닝을 매듭 지었다.

부산고 에이스 출신인 성영탁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96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로 프로 2년차지만, 1군 무대는 올해 처음 오른 중고 신인이다. 입단 당시 직구 구속이 시속 130㎞ 후반대로 느린 편이라 데뷔보다는 몸을 만드는 데 더 집중했고, 1년 사이 10㎞ 가까이 구속을 끌어올리면서 올해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미친 신인 등장' 1989년 대선배 진기록 따라잡다니…미스터 제로, 구…
8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성영탁이 역투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08/

'미친 신인 등장' 1989년 대선배 진기록 따라잡다니…미스터 제로, 구…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삼성과 KIA의 경기. 투구하고 있는 KIA 성영탁.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5.24/
성영탁은 "2군 코칭스태프분들과 전력분석팀에서 나를 위한 프로그램을 굉장히 잘 만들어 주셨다. 준비를 잘해서 5월에 정식 등록될 수 있게 도와주셨다. 구속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조금씩 체감했다. 비시즌에 연습을 안 쉬고 계속할 때 올랐고, 그게 유지되고 있다. 던질 때 손에서 공이 떠나면 포수 미트에 들어갈 때 확실히 힘이 생긴 게 느껴진다. 몸을 쓰는 것도 엄청 부드러워졌다. 이제는 몸을 써서 던지는 느낌이다. 작년에는 너무 팔로만 던졌다. 이제는 던지는 방법을 좀 알고 던지는 느낌이다. 그걸 깨닫는 데 1년 정도 걸렸다"고 부단히 노력했던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성영탁의 가장 큰 무기는 제구력이다. 구속이 느려도 KIA가 기대를 걸었던 이유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공의 움직임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는 구속까지 빨라졌으니 더할 나위 없다. 이범호 KIA 감독은 성영탁을 조금씩 더 중요한 상황에 기용하면서 성장시키고 있다.


성영탁은 '미스터 제로'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매일 경기만 집중하다 보니까 평균자책점 0.00인지도 얼마 전에 알았다. 솔직히 무실점이 언제 깨질지 그런 생각은 없고, 한 이닝 한 이닝 내게 주어진 기회에만 집중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구단 신기록에 가까워진 만큼 팬들은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를 외칠 만하다.

조계현을 넘어서면 리그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다. 데뷔전 이후 최장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 보유자는 키움 히어로즈 김인범으로 19⅔이닝이다. 2021년 8월 29일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지난해 4월 26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무려 4시즌 동안 실점하지 않고 버텼다. 2위는 2002년 현대 유니콘스 조용준의 18이닝, 3위는 1986년 OB 베어스 박노준의 16⅓이닝이다.


'미친 신인 등장' 1989년 대선배 진기록 따라잡다니…미스터 제로, 구…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성영탁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3/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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