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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정해영은 KIA 타이거즈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다.
정해영은 지난 5월 17일 광주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하며 통산 133세이브로 타이거즈 구단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타이거즈 영구 결번이자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선동열의 132세이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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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정해영이 유독 어려워하는 구장이 있다. 바로 인천 문학구장. SSG랜더스필드다.
정해영은 21일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KIA가 5-3으로 2점 앞선 9회말 등판했다. 첫 타자 석정우를 3루 땅볼로 처리하며 1아웃을 잡았지만, 그 다음 타자부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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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훈이 기습 번트 안타로 1루에 세이프되면서 정해영을 흔들었고, 오태곤에게 연속 안타를 내줬다. 뒤이어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1타점 적시타. 이제 1점 차로 쫓기는 상황에서 정해영은 한유섬에게 동점 적시타까지 내줬다. 순식간에 5-5. 4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블론 세이브가 기록됐고, 정준재 상대로 초구에도 볼이 들어가자 KIA 벤치는 결국 정해영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마무리 투수가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블론 세이브 상황에서 내려가는 것은 상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는 우여곡절 끝에 연장 11회 5대5 무승부로 끝이 났다.
유독 인천 원정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많은 정해영이다. 지난해 4월 최정에게 9회말에 통산 467호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한 후 한유섬에게 끝내기 홈런까지 허용하며 4대6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던 씁쓸한 흔적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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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경기 중 승리는 없이 3패, 세이브도 단 2차례 뿐이다. 잠실에서 3승 1홀드 12세이브 0.88, 부산 사직구장에서 1홀드 10세이브 1.62, 창원에서 1홀드 11세이브 2.60 등 대부분의 원정에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선수들별로 유독 본인과 궁합이 잘 맞는 구장이 있고, 잘 맞지 않는 구장이 있다. 데이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의 흐름이다. 정해영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천 원정에서 팀의 핵심 불펜인 마무리 투수를 구장을 골라가며 내지 않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등판보다 앞으로 남은 등판이 더 많은 정해영이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