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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가 프로가' 충격의 8회말, 3번의 밀어내기 사구...최악의 참사로 엇갈린 7-8위 희비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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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2 11:07


'느그가 프로가' 충격의 8회말, 3번의 밀어내기 사구...최악의 참사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NC의 경기. 경기 준비하는 NC 이호준 감독.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17/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게 프로에서 나올 수 있는 경기인가.

한 팀에는 생각지 못한 행운, 한 팀에는 시즌 최악의 참사가 된 경기였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고, 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은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KT 팬들은 2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경기를 보다 일찌감치 채널을 돌리지 않았을까. KT는 이날 NC 선발 목지훈의 호투에 꽁꽁 묶여 답답한 경기를 했다. 목지훈은 6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0-3으로 밀리던 KT는 8회초 최용준이 나와 2실점했다. 분위기상 NC 승리의 쐐기점이 되는 듯 보였다. 5점차였고, NC는 선발 목지훈에 이어 필승조 중 김영규만 쓴 상황이었다. 남은 투수들로 2이닝만 막으면 승리였다.


'느그가 프로가' 충격의 8회말, 3번의 밀어내기 사구...최악의 참사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NC의 경기. 투구하고 있는 NC 배재환.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17/
그런데 이게 웬일. 8회말 NC에는 악몽이 시작됐다. 누구도 믿기 힘든 역전패의 시작이었다. 이호준 감독은 최정원을 대수비로 투입하는 등 걸어잠그기에 나섰다. 하지만 야구에서 모든 불행의 시작은 볼넷. 바뀐 필승조 전사민이 선두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주면서부터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는 하필 리그 최고의 선수가 된 안현민. 전사민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불길함을 직감한 이호준 감독은 투수를 배재환으로 교체했다. 배재환은 볼넷은 안된다는 듯, 이정훈을 상대로 초구를 씩씩하게 스트라이크로 꽂았다. 문제는 공이 높았고 이정훈이 이를 우중간 안타로 때려버렸다는 것이다.

배재환은 다음 타자 장성우와 승부에서 다시 한 번 안타를 허용했다. 낮은 슬라이더를 잘 던졌는데, 노련한 장성우가 잘 받아쳤다. 첫 실점. 그래도 괜찮았다. 4점의 여유가 있었고 이호연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1점씩 주더라도 아웃카운트를 채워가는게 중요했다. 9회 마무리 류진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허경민 상대 초구 밀어내기 사구. 흔들린 배재환은 배정대 상대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했다. 이호준 감독은 류진욱을 9회에 쓰고 싶었지만, 문상철 상대 배재환의 초구가 완전히 빠지는 모습을 보며 류진욱을 조기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느그가 프로가' 충격의 8회말, 3번의 밀어내기 사구...최악의 참사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NC의 경기. 투구하고 있는 NC 류진욱.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17/

그리고 이 장면이 최악 중 최악이었다. 류진욱이 나오자마자 문상철에게 헤드샷을 던진 것. 밀어내기 사구와 동시에 퇴장. NC의 '멘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임정호가 나와 또 밀어내기 사구. 동점이 됐고, 이미 분위기는 KT쪽으로 흐른 뒤였다. 김상수가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치고 포효했다.

안타를 맞은 건 어쩔 수 없다 치자. 한 이닝 볼넷 3개에 사구 3개가 나왔다. 그 사구 3개는 모두 밀어내기 실점이었다. 1년에 한 번 볼까말까 하는 최악의 이닝을 NC가 연출하고 말았다.

NC는 8위지만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권 팀들과의 승차가 크지 않다.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차이. 특히 7위 KT를 이날 이겼다면 1.5경기로 추격할 기회였다. 5위권이 바로 사정권일 수 있었다. 하지만 7위 KT와 3.5경기 차이로 다시 벌어졌다. 또 이렇게 지면,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느그가 프로가' 충격의 8회말, 3번의 밀어내기 사구...최악의 참사로…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승리한 KT 이강철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14/
KT는 정말 죽다 살아났다. 주중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에 3연전 스윕을 당하고 왔다. 상위권 싸움에 뛰어드는가 했더니, 하위권으로 처져버렸다. 만약 NC전까지 완패를 당하고 4연패 늪에 빠지면 22일 경기 결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안그래도 중상위권 경쟁이 피터지는 가운데 동력을 크게 잃을 뻔 했다. 하지만 NC 4사구 쇼에 행운의 승리를 따냈다. NC와 반대로 이렇게 이기면 침체됐던 팀 분위기가 확 살아날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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