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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수비에 자신 있는데, 올해 왜 이러는지…" 위축됐던 예비 FA가 모두를 살렸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5-06-22 21:02 | 최종수정 2025-06-23 10:04


"저 수비에 자신 있는데, 올해 왜 이러는지…" 위축됐던 예비 FA가 모…
2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 9회말 2사 1, 2루 SSG 박성한 안타 때 2루주자 에레디아를 홈에서 잡아낸 KIA 최원준.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21/

[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뜻대로 되지 않았던 수비. 그러나 천금 홈보살로 그동안의 마음 고생까지 날렸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은 지난 21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팀을 패배 위기에서 그야말로 건져내는 역대급 호수비를 펼쳤다. 이날 KIA는 5-3으로 앞서고있던 상황에서 9회말 마무리 정해영이 흔들리며 5-5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정해영이 내려가고, 불안한 상황에서 신예 성영탁이 등판했다. 첫 타자 정준재를 2루수 직선타로 잡아냈지만, 2사 1,2루 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성영탁이 박성한과의 승부에서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풀카운트라서 이미 주자들이 스타트를 끊었고, 코스나 주자의 움직임 등 모든 상황에서 박성한의 끝내기 안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대 반전이 일어났다. 박성한의 타구가 유독 빨랐고, 그 타구를 빠르게 잡아낸 최원준이 정확하게 홈 송구까지 이었다. SSG의 2루주자였던 에레디아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뛰었지만, 공이 사람보다 빨랐다. 최원준의 홈 송구가 정확하게 포수 김태군에게 도착하면서 아주 여유있게 에레디아를 태그 아웃시켰다. KIA의 패배를 막는 완벽한 송구였다. 물론 팀은 연장 접전 끝에 5대5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KIA 입장에서는 역전패를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저 수비에 자신 있는데, 올해 왜 이러는지…" 위축됐던 예비 FA가 모…
2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 9회말 2사 1, 2루 SSG 박성한 안타 때 2루주자 에레디아를 홈에서 잡아낸 KIA 최원준.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21/
22일 SSG전을 앞두고 만난 최원준은 "제가 세게 던질 때는 힘을 받다보니까 공을 던지고 나서 앞으로 넘어진다. 그래서 공이 가는 궤적만 보이고, 주자는 보이지 않았다. 넘어졌다가 일어나서 봤는데, 딱 그때 정확히 도착한 것을 알게 됐다"고 9회말 상황을 돌아보면서 "던지자마자는 그냥 정확하게 간 것 같다 정도만 알았다"며 웃었다.

최원준은 "중요한 아웃카운트라 너무 좋았다. 물론 팀이 이겼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웠지만 그래도 지지 않았으니까 좋았다"며 안도했다.

사실 올 시즌 수비 실수로 인해 마음 고생이 많았던 최원준이다. 원래 내야수 출신이긴 하지만, 외야로 전향한지도 꽤 연차가 쌓였다. 그런데 올 시즌 유독 잦은 실책, 실수가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었다. 실책으로 경기 도중 교체를 당하기도 했다.


"저 수비에 자신 있는데, 올해 왜 이러는지…" 위축됐던 예비 FA가 모…
8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8회말 1사 1루 KIA 한준수의 적시타때 1루주자 최원준이 득점에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08/

최원준은 "잘 모르겠다. 제가 어릴때는 워낙 경험도 없고, 외야수를 한지 얼마 안돼서 불안하다, 못한다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 자신도 이제 어느정도 경험도 있고,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꾸 불안한 상황들이 나오다보니까 제가 많이 위축됐던 것 같다"면서 "그래도 지금처럼 보살이 나오고 하다보면 조금 위안은 삼을 수 있다"고 덤덤하게 이야기 했다.

막내급 야수였을 때는 실수를 한번하면, 끝없이 자책하며 작아지기도 했지만 이제 최원준은 더이상 막내가 아니다. 후배들이 많아진만큼 실수는 빨리 떨쳐내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올해 데뷔 첫 FA를 앞두고 있는 최원준이다. 그의 슬럼프가 길어질 때마다 이범호 감독은 "원준이가 나랑 오래 하고 싶나보다"라며 농담을 던지곤 한다.


"저 수비에 자신 있는데, 올해 왜 이러는지…" 위축됐던 예비 FA가 모…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우익수 최원준이 수비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4/
최원준은 "감독님은 제가 잘못된 플레이를 해도 항상 웃음으로 편하게 만들어주신다. 그게 너무 감사하다. 물론 저는 이범호 감독님이랑 계속 오래 하고 싶다. 올해 이렇게 성적도 안좋고, 계속 2군도 왔다갔다 했는데 저를 믿고 기용해주시니까 이제 더 잘해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했다.

이제 시즌 절반 지났다. 최원준은 자신과 타이거즈의 비상을 꿈꾼다.

그는 "이제 우리가 4위까지 올라왔다. 그래도 저희는 맨 높은 곳에서 끝내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 제가 시즌 초반에 너무 잘 안되다보니까, 팀이랑 어우러져야 하는데 혼자 빠져있고 그런게 많았다. 너무 소심해지고, 혼자 조급했다. 그런데 남은 경기들은 앞에 앞장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팀이 주신 기회에 응답하는 활약을 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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