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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포수 살린 명장의 삼고초려, '벼랑끝 승부수' 유강남의 부활…포효에 담긴 속내 [SC피플]

김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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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4 12:03 | 최종수정 2025-06-24 12:41


80억 포수 살린 명장의 삼고초려, '벼랑끝 승부수' 유강남의 부활…포효…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7회말 2사 3루 롯데 유강남이 1타점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22/

80억 포수 살린 명장의 삼고초려, '벼랑끝 승부수' 유강남의 부활…포효…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7회말 2사 3루 롯데 유강남이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22/

80억 포수 살린 명장의 삼고초려, '벼랑끝 승부수' 유강남의 부활…포효…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7회말 2사 3루 롯데 유강남이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22/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80억이란 몸값은 어쩔 수 없는 관심을 부른다. 잘하면 '혜자'로 불리며 환호받지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먹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모처럼의 설움을 털어냈다. 모두의 기대가 걸린 클러치 타임에 나선 대타, 시원한 적시타를 때려낸 유강남의 얼굴엔 후련한 미소가 가득했다.

김태형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에서의 첫 시즌에 대해 스스로 가장 아쉬워한 부분이 있다. 선수를 퍼포먼스가 아닌 기대감으로 평가했다는 것. 그러다보니 자꾸 주축 선수들에게 매달리게 되고, 그들이 부진하면서 팀도 무너졌다는 반성이다.

"주전 선수가 잘하고 있는데 교체하는 감독은 없다. 잘하고 있는 선수가 있는데 키워야한다고 신인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투수인데 구위가 떨어졌다, 타자인데 치는게 시원치 않다 싶으면 바로 교체하는게 내 스타일이다. '여기만 버텨주면', '잘해줄 때가 됐다' 이런 생각에 기대지 않는다. 그렇게 해야 백업으로 노력하던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고, 그게 팀 전체의 힘으로 바뀐다. 그렇게 쌓이는 게 뎁스다."

롯데 2년차인 올해, '기근'이라던 좌완, 황폐했던 리드오프, 답답했던 불펜 문제까지 모두 이렇게 풀었다. 재능은 넘치지만 키우지 못하는 팀이라던 롯데의 불명예스런 평가를 이렇게 해결했다.

그렇게 신예 선수를 키워냈을 때 기존 선수의 활용이 또 문제가 된다.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활용해야한다.

이 같은 딜레마에 처한 선수가 바로 유강남이다. 2022년 롯데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고질적인 약점인 안방을 해결해줄 최고의 카드로 찬사받았다.


80억 포수 살린 명장의 삼고초려, '벼랑끝 승부수' 유강남의 부활…포효…
1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의 경기, 6회말 2사 1,2루 대타로 나선 롯데 유강남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19/
하지만 아쉬웠던 첫 시즌에 이어 2년차 시즌 도중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면서 비판이 최고조에 달했다. 올시즌에는 타율 2할9푼 4홈런 2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47를 기록하며 타격에서 공헌하고 있다.


반면 안방에서의 존재감은 예전 같지 않다. 정보근 손성빈 젊은 포수 듀오에 신인 박재엽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급기야 '수비를 좀더 가다듬고 오라'며 지난 8일 1군에서 말소되기까지 했다.

열흘을 채우자마자 다시 1군에 컴백했다. 김태형 감독은 "칠 타자가 없어서 불렀다. 수비는 아직 좀더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팀의 고비 때 오른손 대타 카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 중반, 후반을 가리지 않았다. 결국 유강남에게 '스스로 이겨내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첫 시도는 19일 한화 이글스와의 2차전. 2-0으로 리드중이던 6회, 1사 후 정훈의 2루타와 한태양의 볼넷으로 2사 1,2루 찬스를 잡자 한화 투수 박상원의 상대로 박재엽 대신 대타로 기용됐다.


80억 포수 살린 명장의 삼고초려, '벼랑끝 승부수' 유강남의 부활…포효…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롯데가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김태형 감독이 팬들의 환호에 미소짓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1/
박재엽이 전날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을 올린 만큼 다소 의외의 시도였다. 잘맞은 타구였지만 야수 정면으로 쏠린 준경수 뜬공이었다.

2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무려 '4회' 대타로 등장했다. 2-0으로 앞선 상황, 김민성 전민재의 볼넷과 정보근의 안타로 2사 만루가 됐다. 이번에도 중견수 뜬공.

22일 삼성전, 또한번 대타 기회를 잡았다. 초반 1-6으로 뒤졌지만, 끈질기게 따라붙은 끝에 김민성의 3타점 싹쓸이 2루타로 8-6으로 뒤집은 직후, 2사 3루였다.

이번에는 통했다. 유강남이 힘차게 잡아당긴 공은 3루 베이스 옆을 살짝 스치며 1타점 2루타가 됐다,

'삼고초려'의 성공이었다. 유강남은 양손을 번쩍 쳐들며 환호했다. 올해 가장 빛나는 미소를 머금었다. 매의눈으로 지켜보던 김태형 감독도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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