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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80억이란 몸값은 어쩔 수 없는 관심을 부른다. 잘하면 '혜자'로 불리며 환호받지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먹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주전 선수가 잘하고 있는데 교체하는 감독은 없다. 잘하고 있는 선수가 있는데 키워야한다고 신인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투수인데 구위가 떨어졌다, 타자인데 치는게 시원치 않다 싶으면 바로 교체하는게 내 스타일이다. '여기만 버텨주면', '잘해줄 때가 됐다' 이런 생각에 기대지 않는다. 그렇게 해야 백업으로 노력하던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고, 그게 팀 전체의 힘으로 바뀐다. 그렇게 쌓이는 게 뎁스다."
롯데 2년차인 올해, '기근'이라던 좌완, 황폐했던 리드오프, 답답했던 불펜 문제까지 모두 이렇게 풀었다. 재능은 넘치지만 키우지 못하는 팀이라던 롯데의 불명예스런 평가를 이렇게 해결했다.
이 같은 딜레마에 처한 선수가 바로 유강남이다. 2022년 롯데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고질적인 약점인 안방을 해결해줄 최고의 카드로 찬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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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안방에서의 존재감은 예전 같지 않다. 정보근 손성빈 젊은 포수 듀오에 신인 박재엽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급기야 '수비를 좀더 가다듬고 오라'며 지난 8일 1군에서 말소되기까지 했다.
열흘을 채우자마자 다시 1군에 컴백했다. 김태형 감독은 "칠 타자가 없어서 불렀다. 수비는 아직 좀더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팀의 고비 때 오른손 대타 카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 중반, 후반을 가리지 않았다. 결국 유강남에게 '스스로 이겨내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첫 시도는 19일 한화 이글스와의 2차전. 2-0으로 리드중이던 6회, 1사 후 정훈의 2루타와 한태양의 볼넷으로 2사 1,2루 찬스를 잡자 한화 투수 박상원의 상대로 박재엽 대신 대타로 기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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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무려 '4회' 대타로 등장했다. 2-0으로 앞선 상황, 김민성 전민재의 볼넷과 정보근의 안타로 2사 만루가 됐다. 이번에도 중견수 뜬공.
22일 삼성전, 또한번 대타 기회를 잡았다. 초반 1-6으로 뒤졌지만, 끈질기게 따라붙은 끝에 김민성의 3타점 싹쓸이 2루타로 8-6으로 뒤집은 직후, 2사 3루였다.
이번에는 통했다. 유강남이 힘차게 잡아당긴 공은 3루 베이스 옆을 살짝 스치며 1타점 2루타가 됐다,
'삼고초려'의 성공이었다. 유강남은 양손을 번쩍 쳐들며 환호했다. 올해 가장 빛나는 미소를 머금었다. 매의눈으로 지켜보던 김태형 감독도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