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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주전선수의 타격감을 되살려야 팀이 롱런할 수 있다.'
이건 김혜성에 대한 차별이 아니다. '스타 군단' LA다저스를 이끌고 월드시리즈 2연패의 목표로 가기 위해서 내린 비정하고, 냉철한 판단이다. 이런 로버츠 감독의 일관된 팀 운영방식 덕분에 다저스는 시즌 초반 '지옥의 경쟁'을 뚫고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독주체제에 들어가 있다.
김혜성은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 필드에 열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또 선발제외됐다. 상대 선발이 우완이지만, 벤치 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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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은 전날에 이어 2연속 상대 우완선발 때 선발 제외됐다. 한국 팬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로버츠 감독이 믿고 있는 플래툰 시스템에 맞지도 않다. 시스템을 따르자면, 김혜성은 선발로 나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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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이런 김혜성이 아니라 규정 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그 타자 중 가장 낮은 타율(0.171)을 기록 중인 마이클 콘포토를 선발로 기용하고 있다. 콜로라도 원정 1, 2차전에서 콘포토가 계속 8번 좌익수로 나왔다.
에드먼도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 발목 부상을 겪은 에드먼은 현재 타율이 0.248(61경기 218타수 54안타)로 저조하다. 대신 10홈런-38타점으로 장타력과 득점 생산력 면에서 제 몫을 하는 중이다. 에드먼이 부상 중일 때 김혜성이 꾸준히 기회를 얻었지만, 건강을 회복한 뒤로는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한국 팬들이 '지독한 편애'라고 로버츠 감독을 비난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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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다저스가 김혜성을 영입할 때부터 이런 식의 기용을 이미 설계해놨기 때문이다. 영입할 때부터 '유틸리티 플레이어'라고 명확히 밝혔다. 김혜성은 적어도 올 시즌까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쉬운 말로 풀이하면 '가성비 좋은 백업선수'라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350만달러)에 비해 내외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로 보고 영입했다.
타격은 2차적으로 평가했던 지표다. 처음부터 타격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 못해도 크게 아쉽지 않았는데, 막상 엄청나게 잘 해주니 다저스 입장에서는 '금상첨화'인 셈이다. 덕분에 김혜성에 대한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 구단 프런트의 신뢰와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평가는 어디까지나 '유틸리티맨 김혜성'에 기반한다. 이미 확고하게 형성돼 있는 주전 구도의 뼈대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김혜성이 지금 반짝 활약을 한다고 해서 콘포토나 에드먼을 벤치에 앉힌다는 건 말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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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콘포토가 시즌 초반 1할대 타율에 그친다고 벤치로 밀어두는 건 결국 다저스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실패한 영입을 했다고 자인하는 꼴이 된다. 로버츠 감독은 적어도 올 시즌 내내 기회를 줄 수 밖에 없다.
에드먼은 더 중요하다.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이고, 수비능력과 타격 능력에서도 이미 확실한 검증을 받았다. 타율은 단지 부상 여파로 낮을 뿐이다. 타석이 누적되면 결국 자신의 평균치로 회귀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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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가 나타났으니 김혜성은 당연히 26일에도 선발 보다는 벤치에 대기할 수 밖에 없었다. 돌발 상황에 대비한 '예비 전력'이다. 로버츠 감독이 김혜성을 특별히 차별하거나 저평가해서가 아니다. 현재 다저스에서 김혜성의 위치는 여기 뿐이다. 로버츠 감독은 이런 방식으로 팀을 6할대 승률의 지구 1위로 이끌고 있다. 애초부터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성적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