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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22세 158km 유망주가 이렇게 부담이 크다니... 37일만에 승리투수인데 제대로 웃지도 못했다[대구 인터뷰]

권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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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7 02:42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22세 158km 유망주가 이렇…
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26일 삼성 라이온즈전서 승리투수가 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구=권인하 기자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22세 158km 유망주가 이렇…
2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문동주가 역투하고 있다. 울산=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5.05.20/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22세 158km 유망주가 이렇…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경기. 6회 마운드를 내려오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문동주.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26/

[대구=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오늘은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팀이 너무 잘나가도 부담이 되나보다. 한화 이글스의 '대전 왕자' 문동주가 37일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이제 6승째.

문동주는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서 선발등판해 5⅔이닝 동안 5안타(1홈런)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5월 20일 대전 NC 다이노스전(6이닝 4안타 무실점) 승리 이후 37일만에 다시 승리 투수가 됐다.

5월 25일 롯데전서 4⅔⅔이닝 6실점의 부진을 보인 뒤 휴식 차원에 2군을 다녀왔고 생각보다 긴 휴식 이후 지난 15일 LG전서 돌아왔지만 3⅔이닝 6안타 4실점으로 여전히 불안한 피칭을 했다.

하지만 이번 삼성전에선 초반 위기를 벗어난 이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1회말 1사 1,2루, 2회말 2사 1,2루의 위기를 잘 넘긴 문동주는 3회말을 첫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안정감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4회말 강민호에게 솔로포를 맞고 첫 실점을 했다. 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151㎞의 직구가 가운데로 몰렸고 베테랑 타자인 강민호가 이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 다행히 이후 안정감을 유지했고 6회말 2사 후 박병호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이전 타석에서 홈런을 친 강민호 앞에서 박상원으로 교체됐다. 이날 88개의 공을 뿌린 문동주는 최고 158㎞의 직구를 43개 뿌렸고 포크볼(19개)과 커브(14개), 슬라이더(12개)를 더해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오랜만에 승리한 소감을 묻자 문동주는 "이겨서 좋다. 빨리 좋은 경기 결과를 보여드려서 잠도 좀 편하게 자고 싶었는데 오늘은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팀이 좋은 경기력으로 계속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나도 이번에 일조할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한 마음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최재훈에게 감사. 문동주는 "초반에 볼이 많아서 경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었는데 최재훈 선배님이 어떻게든 끌고 붙잡아 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22세 158km 유망주가 이렇…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경기. 6회 마운드를 내려오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문동주.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26/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22세 158km 유망주가 이렇…
2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문동주가 숨을 고르고 있다. 울산=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5.05.20/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22세 158km 유망주가 이렇…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경기. 6회 마운드를 내려오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문동주.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26/

다른 투수들은 힘들어하는 대구, 삼성전에 강하다. 이날 승리로 지난 2023년 4월 6일 경기부터 삼성전 5연승에 대구에서 4연승이다. 문동주는 이날부터 대구 삼성전에만 5경기에 등판해 4승무패 평균자책점 0.94를 기록 중이다.

문동주에게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잘 모르겠다." 문동주는 그러면서 "강한 팀과 약한 팀이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것 같다"며 "강한 팀에는 자신감도 생기지만 약한 팀에겐 이겨내고 싶은 오기도 생긴다"라고 했다. 대구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를 물어보자 "'라팍'에 왔을 때 더 집중해서 던지고 공격적으로 들어가려고 한다"면서 "삼성 타선이 쉽지 않고 주자가 깔리면 대량 실점하기 쉬운 야구장이라서 차라리 솔로홈런을 맞자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들어가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좋은 결과가 계속 따라오다 보니까 스스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제 데뷔 첫 10승에 4승만 더하면 된다. 그러나 문동주는 10승에 대해 묻자 "해야된다"라고 했다. 그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느껴졌다. 부담되냐고 묻자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예전엔 있어도 없다고 했었는데 요즘엔 있는게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이제 데뷔 4년차인 22세의 어린 투수가 잘던져서 승리 투수가 돼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던지고 있다. 팀이 1위를 달리다보니 그 부담이 더 커진 듯. 그러나 그는 팀내 5선발이고 아직 성장해야할 유망주다. 에이스가 될 가능성이 큰 유망주이고 기회를 먼저 받았을 뿐이지 에이스가 아니다. 승리 투수가 됐는데도 크게 웃지 못하는 그의 얼굴에서 걱정이 느껴졌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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