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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울지 말라고. 눈물 닦아주고 '애냐 인마. 우리 팀의 기둥이 이러고 있으면 야구가 돌아가겠냐'고 했다."
첫 실책은 4회초에 나왔다. 무사 1루에서 KIA 패트릭 위즈덤이 3루수 쪽 땅볼을 쳤다. 문보경은 병살타로 연결하려다 2루에 악송구를 저질렀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됐어야 했는데, 무사 1, 2루 위기로 이어졌고 최형우에게 우익선상 2타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0-2가 됐다.
문보경은 5회초 한번 더 실책을 저질렀다. 1사 후 최원준의 평범한 3루수 땅볼. 문보경이 타구를 잡고 1루로 잘 던지기만 하면 됐는데, 말도 안 되는 악송구가 나왔다. 선발투수 손주영은 다음 타자 이창진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흔들렸다. 1사 1, 3루 위기. 1루수 오스틴 딘이 박찬호의 타구를 직선타로 처리하는 동시에 1루를 터치해 1루주자 이창진까지 포스아웃시켜 이닝을 매듭지었다. 오스틴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LG는 또 실점 위기에 놓일 뻔했다.
김진성이 위즈덤에게 동점포를 허용해 3-3으로 맞선 8회말. 1사 3루 절호의 기회에서 다시 문보경의 타석이 됐다. 문보경은 이번에는 진짜 결자해지하고 싶었으나 헛스윙 삼진에 그쳤다. 허망하게 벤치로 돌아와 앉아 있는데, 문성주가 2루수 오른쪽 내야안타로 타점을 올려 4-3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그 순간 문보경이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타석에서 결과가 좋지 않아 4번타자로서 부담감도 컸고, 본인이 타석에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지 못해 팀에 미안한 마음도 컸는데 박동원이 해결해 주니 안도의 눈물을 터트린 것. 문보경의 실책 이후 주장 박해민이 그라운드에서 선수단 미팅을 소집해 더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 상태였다. 이래저래 마음이 무거웠던 듯하다.
염 감독은 "어제(27일) 딱 역전됐는데, 자기가 삼진 당하고 들어왔을 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딱 안타 치고 역전되니까 음료 냉장고 옆에 앉아서 엉엉 울고 있더라. 진짜 엉엉 울더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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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문보경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경기 뒤에 승장 인터뷰에서 문보경을 따로 언급하며 다독이기도 했다.
염 감독은 "내가 울지 말라고 눈물을 닦아줬다. '애냐 인마. 우리 팀의 기둥이 이러고 있으면 야구가 돌아가겠냐'라고 했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 (문)보경이가 이기는 경기에 영향력을 훨씬 많이 발휘하지 않았나. 지금 우리가 이 순위를 지키는 데 보경이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LG 팬들을 향한 당부의 말이 이어졌다. 문보경은 LG의 4번타자로 성장해야 하는 선수이니 못하더라도 질책보다는 응원을 더 해달라는 것.
염 감독은 "팬분들께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이제 우리가 키워야 할 선수들, 또 육성하고 있는 선수들은 질책보다는 응원을 해주셨으면 한다. 보경이가 우리 팀에서 중심 선수로 크기를 팬들께서 누구보다 바라시지 않나. 육성을 성공해서 팀의 기둥으로 가고 있는 선수에게는 물론 화도 나시겠지만, 그래도 우리 스태프들과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우리 팬이지 않나. 우리 선수를 같이 육성시키는 마음으로 질책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격려를 해 준다면 조금 더 선수들이 커가는 데 도움이 되고 리그가 발전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문보경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전날 그렇게 울었으니 마음을 한번 정리하고 가자는 배려다.
LG는 신민재(2루수)-김현수(좌익수)-오스틴 딘(1루수)-박동원(지명타자)-문성주(우익수)-천성호(3루수)-구본혁(유격수)-이주헌(포수)-박해민(중견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투수는 송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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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