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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타자의 등장, 100억 아낄 명분 될까…"내년 수비 가능해야" 전제조건은 명확하다

기사입력 2025-09-22 23:00


괴물 타자의 등장, 100억 아낄 명분 될까…"내년 수비 가능해야" 전제…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롯데전. 7회초 1사 2, 3루. 강백호가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8.27/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년에도 팀에 남는다면 수비가 가능해야 한다. 아니면 다른 선수들을 관리할 수가 없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최근 강백호가 FA 계약을 하고 팀에 남는다면, 내년 시즌부터는 붙박이 지명타자로 뛰는 게 곤란하다는 뜻을 밝혔다. 지명타자 자리를 비워두고 주축 선수들이 돌아가며 쉴 틈을 줘야 144경기 체제를 버틸 체력을 관리할 수 있는데, 지명타자 자리를 누구 한 명이 차지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나머지 선수들이 어느 정도는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강백호가 수비로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외야수 불가 판정을 받은 뒤 1루수로 포지션을 옮겼고, 최근에는 고교 시절 경험을 살려 포수 전향도 시도했다. 노력은 기울였으나 결국 강백호는 또 지명타자로 돌아왔다. 수비 안정감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떨어지다 보니 타격에 집중하도록 둘 수밖에 없었다.

타격은 분명 재능이 있다. 2018년 1차지명으로 KT에 입단하자마자 데뷔 시즌에 29홈런 84타점을 기록하면서 천재타자의 등장을 알렸다. 해마다 성장하면서 2021년 시즌 142경기, 타율 0.347(516타수 179안타), 16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문제는 최근 4년이다. 2022년 이후 부상과 부진 등이 겹치면서 100경기를 넘긴 시즌이 2024년(144경기) 한 차례에 불과하다. 최근 4시즌 타율은 0.272까지 떨어졌다.

그사이 KT는 괴물 타자 한 명을 키워냈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지명한 안현민이 프로 4년차를 맞이한 올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106경기에서 타율 0.326(371타수 121안타), 22홈런, 77타점, OPS 1.013으로 맹활약했다. 2018년 강백호처럼 안현민도 올해 신인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괴물 타자의 등장, 100억 아낄 명분 될까…"내년 수비 가능해야" 전제…
1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LG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 4회말 LG 치리노스 상대 솔로홈런을 날린 KT 강백호.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8/

괴물 타자의 등장, 100억 아낄 명분 될까…"내년 수비 가능해야" 전제…
2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한화의 경기. 1회말 KT 안현민이 한화 폰세를 상대로 선제 3점홈런을 날렸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안현민.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20/
안현민은 강백호와 마찬가지로 프로에 와서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다. 올해 주전 우익수로 뛰고 있는데, 실수가 꽤 많이 나온다. 외야수인데 실책이 8개에 이르니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래도 강한 어깨에 장점이 있고, 이 감독은 "수비로 실수한 걸 만회할 만큼 타석에서 쳐준다"며 당장은 만족한다고 했다.

안현민은 외야 수비와 관련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스 플레이가 나오면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더 연습을 해야 하는 게 맞다. 가을 캠프부터 준비를 잘하면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수비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강백호는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다. 글로벌 에이전시인 파라곤스포츠인터내셔널과 계약하며 해외리그 진출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수비로 주 포지션이 없기에 해외리그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지만, 국내 FA 시장에서는 타격 하나만으로도 100억원 이상의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KT는 안현민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강백호를 무조건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안현민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도 있을 듯하다. 물론 안현민은 올해 반짝 잘하기 시작한 선수이기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는데, 안현민이 계속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만 충족시켜 준다면 100억원 경쟁에서 KT가 돈을 아낄 수도 있다.

KT는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한화 이글스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에 밀려 내부 FA였던 유격수 심우준(4년 50억원)과 투수 엄상백(4년 78억원)을 모두 놓친 바 있다. 대신 베테랑 3루수 허경민을 4년 40억원에 붙잡으면서 내야 보강을 했다.

올해 KT는 강백호와 함께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과 FA 협상 전략도 세워야 한다. 감독은 일단 강백호에게 '수비가 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붙였다. 강백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지켜봐야 한다.


괴물 타자의 등장, 100억 아낄 명분 될까…"내년 수비 가능해야" 전제…
1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LG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 4회말 LG 치리노스 상대 솔로홈런을 날린 KT 강백호.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8/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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