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난 겨울 호주에서도 불던 바람이 결국 현실이 됐다. '통산 2618안타' 손아섭이 독수리에서 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는 14일, 투수 이교훈+현금 1억 5000만원과 손아섭을 맞바꾸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손아섭의 두산행 가능성은 이미 올해초 스프링캠프 때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당시 손아섭은 FA 미아 상태였다.
마침 두산은 호주 시드니, 한화는 멜버른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필요하다면 양팀 관계자가 직접 만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손아섭은 앞서 4년 98억원(롯데 자이언츠) 4년 64억원(NC 다이노스) 계약을 거쳐 3번째 FA가 됐다. 보상선수가 필요없는 C등급 FA였지만, 지난해 연봉이 5억원에 달하다보니 손아섭 영입을 위해 지불해야하는 7억 5000만원의 보상금이 걸림돌이었다. 현실적으로 야구 현장에서 바라본 손아섭의 가치보다 높았다.
한화의 경우 손아섭을 기용할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4년 100억원에 FA 영입한 강백호의 포지션이 아직 미정이었다. 만약 강백호가 지명타자 혹은 1루수로 뛸 경우, 좌익수 문현빈-중견수 오재원-우익수 페라자 체제로 간다는 플랜도 사실상 확정적이었다. 때문에 한화는 "보상금은 낮춰줄 수 있다"며 손아섭의 이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조정된 보상금도, 사인 앤 트레이드 협의도 타 팀의 구미를 끌진 못했다. 손아섭은 지난해 타율 2할6푼5리 OPS(출루율+장타율) 0.741에 그쳤다. 외야수로서, 타자로서의 가치 모두 과거만 못한 상황. 손아섭에게 주전 한자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팀은 많지 않았다. 친정팀 롯데도 일찌감치 손을 뗐다.
또 손아섭을 영입하는 입장에선 아무리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한들, 선수 사기 차원에서 박한 조건을 제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손아섭 영입에 써야하는 액수는 더 커진다.
한편으론 올해 나이 38세, 손아섭의 선수생활 연장은 결국 3000안타 도전으로 대표되는 커리어 갱신에 초점이 맞춰진다. 손아섭을 영입하는 팀은 선발 출전, 주전 기용을 하겠다고 천명하는 셈. 손아섭은 지난해 NC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될 때도 "뛸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외야 한자리가 사실상 비었음에도 두산은 손아섭 영입 대신 신예 육성을 택했다. 이적이 좌절된 손아섭은 한화와 1년 1억원이라는 헐값에 FA 계약을 맺고 잔류했다. 직전 시즌 하주석(1년 1억 1000만원)만도 못한 계약이었다.
시즌 개막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손아섭은 개막 엔트리에만 이름을 올렸다가 대타로 단 1타석에 나선 뒤 1군에서 말소됐다. 2군에서도 3경기 출전에 그쳤다. 안타 수는 지난해의 2618개에 그대로 멈췄다. 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화 입장에선 어차피 보내는 선수, 크게 욕심부릴 이유가 없었다.
반면 두산은 막상 시즌 뚜껑을 열고보니 타선의 상황이 예상보다 더 열악했다. 두산의 팀 타율은 2할3푼, OPS(출루율+장타율)는 0.658, 모두 10개 구단 중 꼴찌였다. 주전 중견수 정수빈, 외국인 선수 다즈 카메론의 타격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고, 김민석 조수행 박지훈 등도 한 시즌 내내 주전 외야 한자리를 맡기기엔 미덥지 않았다. 공격력 강화를 위한 모멘텀이 간절했다.
반면 두산 1군 좌완 불펜은 이병헌 한명 뿐이다. 이교훈은 두산에 흔치 않은 좌완 불펜투수지만, 현 시점에서 1군에서 활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공교롭게도 이교훈은 지난 겨울 유격수 박찬호의 FA 영입 당시 등번호 7번을 양보한 선수다. 박찬호는 대신 명품 가방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뜻하지 않게 올시즌 2번이나 FA 후폭풍에 휘말린 셈이다.
팀을 옮겼다고 해서 1년 1억원의 연봉 계약이 바뀌진 않는다. 이제 손아섭에게 남은 가치는 정말 통산 기록 뿐이다.
대신 손아섭에게 출전 기회는 열려있다. 본인에게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의 힘으로 잡는 것만 남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