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시련을 이겨내고 우뚝 섰다. '선발 부재'에 시달리던 KIA 타이거즈의 난세영웅이 될 수 있을까.
황동하는 2일 광주 KT 위즈전에서 '인생경기'를 펼쳤다. 개인 한경기 최다이닝(7이닝)을 소화하며 무사4구 무실점의 역투였다.
경기 후 만난 황동하는 '오늘 경기 준비'를 묻는 질문에 "너무 긴장해서 잠을 못 잤다. 계속 몸이 무거운 느낌이었다. 1구1구 던지다보니 경기가 잘 풀려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날 광주 현장은 주말과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2만500장의 티켓이 모두 팔렸다. 하지만 황동하는 현장을 감싼 뜨거운 기대감이나 자신의 호투를 향한 팬들의 환호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4회 2사까진 심지어 퍼펙트 피칭이었다. KT 김현수의 펜스를 직격한 2루타에 아쉽게 퍼펙트 행진이 깨졌다. 하지만 황동하는 "솔직하게, 아무 생각 없었다. 그 타구는 홈런이겠구나 생각했는데 안 넘어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KIA가 5~6회 잇따라 점수를 내면서 비로소 벤치에도 여유가 생겼다. 황동하는 6회초 병살타로 2아웃을 먼저 잡고도 또 안타 2개를 허용했다. 황동하의 입지를 감안하면 교체해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생각이 일치했다. 이날 1군에 복귀해 마스크를 쓴 김태군은 "여기서 (황)동하가 이겨야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며 교체를 반대했다. 이범호 감독도, 이동걸 코치의 생각도 같았다. 황동하를 향해 "더 강하게 던져! 스트라이크 계속 던지고, 한단계 더 올라서보자"라고 격려했다.
황동하는 데뷔 이래 한경기에서 7이닝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마침 6회까지의 투구수도 77개에 불과해 여유가 있었다. 그렇게 7회까지 밀어붙였고, 황동하는 멋지게 기대에 보답했다.
"솔직히 너무 던져보고 싶었다. 점수 조금만 더 나라, 한번 더 올라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켜봤다. 이제 7이닝을 던져봤으니, 다음 목표는 100구 넘게 던져보는 거다. 언젠가 완투도 해보고 싶다."
황동하가 두각을 드러낸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시즌도 불펜으로 시작했지만, 주어진 기회를 잡아채며 선발투수로서 자리잡는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초록불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다 당한 교통사고. 야구 인생 최고점을 향해 달려가던 황동하가 겪은 어처구니없는 시련이었다. 5개월 가량의 긴 재활과 회복을 거쳐 복귀했지만, 좋을 때의 모습을 되찾진 못했다.
올해는 시즌전 김태형과의 5선발 경쟁에서 밀려났다. 네일-올러-이의리-양현종으로 이어지는 검증된 선발진을 갖춘 만큼, 이범호 KIA 감독은 선발진에 150㎞대 직구를 던지는 우완 정통파 투수가 한명쯤은 필요하다고 봤다. 황동하에겐 선발이 일찍 내려갔을 때 1+1 형태로 이닝을 책임지는 롱맨, 또는 6~7회를 책임지는 멀티이닝 브릿지 역할을 기대했따.
하지만 KIA는 개막 이후 올러를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의 삐걱거림에 고전했다. 특히 선발이 긴 이닝을 소화해주지 못하다보니 불펜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
여기서 황동하가 지난 삼성 라이온즈전(4이닝 2실점)에 이어 인생투를 펼치며 스스로를 증명한 것. 이제 김태형과 역할을 맞바꿨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황동하의 표정에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그는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그 경험이 있으니까 지금 빠르게 선발에 적응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때 '이렇게 하니까 정말 좋더라' 싶었던 루틴을 그대로 지금도 쓰고 있다. (선발 경쟁에서 밀린 것은)서운하다 속상하다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 지금 내가 1군에서 던질 수 있는게 행복하다. 다만 선발을 하고 싶었던 건 사실이다. 각오가 남달랐다. 선발로 등판하는 날은 점수를 좀 주더라도, 이닝을 길게 가져가기 위한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본다."
2~3년전만 해도 140㎞ 남짓한 직구를 지닌 기교파에 가까웠다. 이젠 147~148㎞까지 직구 구속을 끌어올렸고, 다양한 변화구까지 곁들일 수 있게 됐다. 다만 스위퍼는 본인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봉인한다고.
황동하는 "솔직히 오늘 경기 중 분위기 같은 건 기억이 잘 안 난다. 교체된 뒤로도 긴장이 풀리지 않아 헛구역질 하고 그랬다. 이 경기에 너무 몰입했나 보다"라면서도 "팬들의 응원에 감사드린다. 만원 관중과 함께 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앞으로 이런 날이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광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