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안우진(키움 히어로즈)밖에 없어요."
김광현(SSG 랜더스)이 지난해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 했던 말이다. 류현진(한화 이글스)도 이에 동의했다. 두 선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WBC 준우승 신화의 주역인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다. 이들이 지목한 국가대표 에이스 후계자가 바로 안우진이었다.
안우진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류현진 후계자 1순위 후보로도 꼽힌다. 류현진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선발진 한 축을 맡았다. 다저스에서는 2019년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20년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1181억원) FA 계약에 성공, 2022년 팔꿈치 부상 전까지 2시즌 동안 토론토의 부동의 에이스였다.
류현진이 2024년 한화 이글스와 8년 170억원 계약을 하고 국내에서 은퇴를 결심한 이후 메이저리그에 한국인 선발투수는 전멸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 오타니 쇼헤이, 사사키 로키(이상 다저스), 센가 고다이(뉴욕 메츠),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 스가노 도모유키(콜로라도 로키스), 이마이 다쓰야(휴스턴 애스트로스) 등이 빅리그 선발투수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한국은 류현진 김광현 이후 국제대회에서 믿고 쓸 1선발이 도통 나타나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3월 '2026년 WBC'에서 2009년 이후 17년 만의 8강 진출을 해내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야구와 격차를 실감했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1선발의 부재였다.
안우진은 류현진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후보다. 2027년 시즌 뒤 미국 도전 자격을 얻을 전망이다. 시속 160㎞에 근접한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가 주 무기.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는 '안우진은 20살 이후 한국에서 가장 재능 있는 투수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선발투수에게 걸맞은 체격을 갖췄고, 시속 99마일(약 159㎞) 강속구를 지녔으며 전혀 다른 2가지의 좋은 변화구를 갖추고 있다. 로테이션 중간에 들어갈 수 있는 선발투수의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했다.
안우진은 사실 올해 WBC를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쇼케이스 무대로 삼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해 9월 사회복무요원 소집 해제를 앞두고 키움 2군과 훈련하며 빠르게 몸을 만들려 했는데, 벌칙 펑고 과정에서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수술까지 받았다. 원래는 지난해 정규시즌에 마운드로 복귀해 여전한 구위를 증명하고, WBC 대표팀에 어필할 예정이었다.
현실을 수긍하고 다시 재활에 전념한 안우진은 지난달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긴 공백기를 깨고 돌아왔다. 빅리그에서 투타 겸업을 위한 선발 등판 빌드업을 했던 오타니처럼 안우진도 1군에서 빌드업 과정을 거쳤다. 1이닝 투구부터 시작해 2이닝, 3이닝까지 차례로 던지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안우진은 2일 키움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안타 무4사구 5삼진 2실점(1자책점)을 기록, 2023년 8월 25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98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직구 최고 구속 158㎞를 찍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고척스카이돔에는 안우진을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꿈치 수술과 군 복무, 어깨 인대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안우진의 구위가 여전한지 확인하는 자리였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추후 안우진의 계약 규모를 결정할 데이터를 계속해서 쌓아 나갈 전망이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