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어제도 좀 치지 그랬어…"
다정한 포옹 속에 숨겨진 '뼈 있는 한마디'였다.
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경기. 2회초 무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삼성 이재현이 LG 선발 송승기의 4구째 몸쪽으로 파고드는 133㎞ 슬라이더를 통째로 걷어 올렸다.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선제 만루홈런. 잠실 원정석을 가득 메운 삼성 팬들이 일제히 환호를 쏟아냈다.
다이아몬드 한 바퀴를 돌아 더그아웃으로 들어선 이재현은 동료들과 차례로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마지막. 원태인이 그를 붙잡았다. 원태인은 후배 이재현을 한참이나 뜨겁게 끌어안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듯 길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형제 같은 우애가 묻어나는 장면. 보는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 '비밀 대화'의 정체는 경기 후 풀렸다. 수훈선수 인터뷰에 나선 이재현이 직접 입을 열었다. "어제 홈런 쳤어야지, 왜 안 쳤느냐"는 형의 한마디였다는 것. 다정한 포옹 속에 숨어 있던 '달콤살벌한' 농담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원태인이 이런 말을 건넨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재현은 전날 LG전에서 3대4로 뒤진 8회초 2사 만루의 절호의 역전 기회를 잡았지만 김진성을 상대로 내야 땅볼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선발 등판해 6이닝 4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던 원태인의 입장에선 '하루만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재현은 달랐다. 2회 선제 만루포에 이어 7대2로 앞선 7회초에는 솔로 홈런까지 추가하며 자신의 개인 통산 첫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이날 그의 최종 성적은 4타수 3안타 5타점. 그야말로 맹타였다.
전날의 아쉬움을 하루 만에 만루포로 되갚은 후배. 그리고 그런 후배를 마지막까지 붙잡고 다정한 '디스'를 건넨 선배. 잠실 더그아웃의 짧은 한 장면에 삼성 마운드와 타선의 끈끈함이 모두 담겨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