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한화 이글스 강백호는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원정경기에서 3점 홈런 두 방을 포함해 홀로 7타점을 쓸어 담으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강백호는 자신의 활약보다 2시 경기의 고충을 털어놨다. "첫 타석부터 홈런이 나오긴 했지만, 사실 오후 2시 경기가 정말 쉽지 않다. 금요일 오후 6시 반 경기를 하고 다음 날 곧바로 오후 2시 경기를 치르는 건 선수들에게 체력적으로 엄청난 무리"라며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현재 KBO리그에서 이 '잔인한 일정'을 가장 자주,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팀이 바로 강백호의 한화 이글스다. 취재진이 '한화가 유독 오후 2시 경기가 많아 선수들이 오히려 적응한 것 아니냐'고 묻자, 강백호는 손사래를 쳤다. "적응할 수 있는 영역이 절대 아니다. 솔직히 경기 전에 항상 해오던 루틴과 연습량이 있는데 그걸 다 소화하긴 힘들다. 다만 감독님께서 선수단 컨디션을 배려해 주셔서 '자율 운동'을 지시하셨다. 덕분에 선수들이 각자 몸 상태에 맞게 휴식을 취하고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
실제로 한화 선수단은 2시 경기가 잡히면 단체 훈련을 생략하고 개인 맞춤형 훈련으로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강백호는 "감독님이 좋은 문화를 만들어 주셨기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 '이럴 때일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며 뜨거운 팀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들이 이토록 괴로워하는 토요일 낮 2시 경기가 성사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지상파 TV 생중계'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사상 최고의 흥행 가도를 달리면서 지상파 3사는 시청률이 보증되는 주말 카드로 프로야구를 선택했다. 문제는 방송사 편성상 경기 시간이 기존 오후 5시에서 2시로 앞당겨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계방송사들의 타깃은 전국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한화에 집중되고 있다. 2026시즌 개막 이후 치러진 7차례의 토요일 낮 2시 경기 중 한화는 무려 4차례나 지상파 중계판에 호출됐다.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1위다.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가 한차례도 2시 경기를 치르지 않은 것과는 완벽히 대비된다.
금요일 야간 경기는 보통 밤 10시가 넘어야 끝나고, 선수들이 숙소에 도착하면 밤 11시가 훌쩍 넘는다. 다음 날 2시 경기를 하려면 늦어도 오전 10시 전에는 야구장에 출근해야 한다. 수면 시간과 회복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일정은 홈팀에 더 가혹하다. 원정팀보다 홈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한두 시간 더 일찍 나와 훈련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올해 치러진 토요일 2시 경기에서 전날 야간 경기를 치르고 다음 날 홈팀이 승리한 경우는 단 1번밖에 없었다.
그 유일한 1번의 예외가 바로 지난 9일 대전 LG전에서 한화가 거둔 승리였다. 당시 한화는 전날 5시간 5분의 연장 혈투를 벌이고 자정 가까이 돼서 퇴근했음에도, 다음 날 지상파 2시 경기에서 정신력으로 승리를 따냈다.
인기 팀이라는 이유로 징벌적인 일정 수준의 낮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 '오후 2시 경기'는 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수임이 틀림없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