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짜릿한 끝내기 홈런으로 고척돔을 열광하게 만든 영웅이 마이크 앞에서 끝내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극적인 대역전극의 주인공 키움 히어로즈 김웅빈(30)이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2군 시절의 설움과 가족을 향한 미안함에 두 번 울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에 터진 김웅빈의 극적인 끝내기 솔로 홈런에 힘입어 7대6으로 승리했다. 최근 2연승을 달린 최하위 키움은 탈꼴찌를 향한 희망의 불씨를 더욱 뜨겁게 지폈다.
이날 7회에도 추격의 적시타를 때려낸 김웅빈은 운명의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SSG 마무리 조병현의 4구째를 그대로 받아쳤다. 타구는 고척돔의 가장 깊은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끝내기 솔로 홈런이 됐다.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 고척돔은 거대한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경기 후 물세례를 전신으로 받아낸 김웅빈은 방송 인터뷰 마이크를 잡았다. 홈런 상황에 대해 "경기 들어가기 전 강병식 코치님께서 좋아하는 낮은 공을 많이 보라고 하셨는데, 그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11년 전 화려했던 데뷔 첫 타석 홈런을 떠올리며 "맞는 순간에는 넘어갈 줄 몰랐는데, 옛날 생각도 나고 벅찼다"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퓨처스(2군)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김웅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거의 3년간 계속 2군에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때마다 허문회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님, 오윤 퓨처스 감독님, 강병식 코치님이 정말 많이 응원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다 결국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인터뷰의 하이라이트는 가족을 향한 고백이었다. 감정이 북받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김웅빈은 집에서 경기를 보고 있을 아내를 향해 가슴 절절한 진심을 털어놓았다.
"1군에 못 올라가고 계속 2군에만 마물러 있었다. 아내가 항상 집에서 아이들을 혼자 보며 '독박육아'를 하고 있는데, 남편으로서 1군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 크다."
이 솔직하고도 애틋한 고백에 현장에 있던 팬들과 중계진마저 숨죽이며 함께 눈물을 훔쳤다.
김웅빈은 마지막으로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데 맨날 힘없이 아웃되고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했다"던 그는 "이번 끝내기 홈런을 계기로 타석 하나하나, 공 하나하나 정말 간절하게 야구하겠다. 최대한 길게 1군에 살아남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패배 의식'에 젖었던 키움 타선에 김웅빈의 이 간절한 눈물 한 방은 엄청난 각성제가 될 전망이다. 끝내기 홈런으로 팬들을 울리고, 감동의 인터뷰로 안방까지 울린 김웅빈의 진짜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