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자동볼판정시스템(ABS)이 도입된지 벌써 세번째 시즌이다. 야구 선진국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가 KBO리그를 주목하고 있다. 프로 리그 최초의 ABS 시스템 도입,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팬들은 '공정'의 가치에 열광한다. 이제 감독, 코치, 선수와 심판들이 볼 판정을 놓고 얼굴을 붉히는 일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ABS의 현실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하지만 얘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박민우(NC)가 얼마전 총대를 멨다. 어디서나 똑같다는 스트라이크존이 매일 바뀐다고 지적했다. 팬들이 믿는 ABS를 선수들은 의심하고 있다. 진실은 뭘까. 스포츠조선은 외부에서는 쉽게 알 수 없던 현재 KBO리그 ABS에 대한 현장의 반응, 그리고 KBO의 얘기를 들어봤다. 10개 구단 전력 분석팀, 데이터 분석팀과 주축 선수 총 40명이 ABS에 대해 입을 열었다. <편집자주>
① "경기마다, 심지어 이닝마다 달라진다" 구단들은 왜, ABS를 '전력 분석' 하고 있나
② "황성빈 다음 레이예스, 지옥입니다" KBO ABS의 실태, 선수들의 생생한 증언
③ 불신의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 핵심은 PTS 시스템의 딜레마
④ "ABS 찬성합니다. 다만..." 현장에서 얘기한다. ABS 어떻게 발전돼야 할까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홈구장 스트라이크존도 날마다 달라지는 현실입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KBO가 2024 시즌부터 야심차게 도입한 ABS. 그 때 KBO가 외친 건 공정, 그 공정을 실현할 수 있는 건 9개 구장 어디에서든 일관된 존을 갖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각 구장마다 설치된 카메라가 늘 일관된 스트라이크존을 만들어줄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고 했었다.
첫 시즌 각 구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ABS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면 "본인들에 불리할 때만 얘기하는구나"라고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세 시즌째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이제는 현장의 외침이 '단순 투정'이 아닐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팬들은 구단과 선수들이 단순히 도저히 칠 수 없는 모서리에 들어가는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는 것에 불만이 있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 얘기를 들어보니, 물론 화는 나지만 일관성만 있다면 거기에 대한 불만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뭘까. 박민우의 말처럼 경기장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다 다르고, 그 경기장도 갈 때마다 달라지고, 같은 구장의 3연전 일정에서도 존이 흔들리고, 심지어는 같은 날 이닝마다도 차이를 느낀다는 것이다.
만약 KBO의 구상대로 모든 구장의 스트라이크 존이 똑같다면 이는 연구 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KBO리그 10개 팀은 모두 ABS에 대한 전력 분석을 하는게 현실이다. 어차피 구장마다 존이 다 다르고, 현재의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생존을 위해 분석해서 대응하는 쪽으로 돼버린 것이다.
단 한 팀도 이 전력 분석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10개 구단 모두 구장마다 존이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A구단 관련 팀장은 "일관성이 떨어진다. 구장마다 차이가 나는것은 물론이고, 같은 구장임에도 경기마다 다르다. 높고 낮음의 차이, 좌우의 편차도 있다"고 지적했다. B구단은 "ABS 존은 완전히 고정된 형태라기보다 경기, 구장별 미세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실시간 관찰과 데이터 기반 대응 체계를 운영중"이라고 했다.
선수들에게 이를 전달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3연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뛸 구장의 시즌 그리고 최근 경기들 존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어떤 구단은 3연전 첫 날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랜만에 왔는데,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예측 불가라 2~3이닝 존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선수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또 다른 구단은 묻는 선수들에게만 하는 경우도 있다. 존 분석을 해줬더니, 그 정보에만 몰두해 투수든 타자든 소위 말해 '스스로 말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서다. 한 구단 코치는 "우리는 투수가 공을 던지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 더그아웃에서 존이 그려진 판에 공이 들어간 위치를 점찍어 아예 보여준다. 그래야 투수들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한 선수는 "이제 구장마다 다른 건 그러려니 받아들인다. 거기에 맞게 대응을 하면 된다. 그런데 같은 3연전인데 경기마다 왔다갔다 하는 건 도저히 적응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다른 구단 팀장은 "구장마다 존이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홈구장의 존만큼은 익숙해져야 어드밴티지가 생긴다. 그런데 같은 구장도 경기마다 달라지니 홈구장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전 구장이 원정구장인 느낌이다. 타자와 투수 모두가 힘들다"고 밝혔다.
왜 구장마다 존이 다를까. 현장도 정확한 원인은 알지 못한다. 추정만 할 뿐이다. 처음에 '카메라가 바람에 흔들린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농담인가 했는데, 선수들은 이제 이를 정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고척 스카이돔이 그나마 가장 일관된다"고 얘기한다. 또 경기를 하면 마운드, 타석 바닥이 파이고 환경이 변화하는데 지금 시스템은 이를 변수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도 한다.
KBO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KBO는 "모든 구장이 정말 완벽하게 똑같을 수는 없는 현실이다. 마운드 높이, 타석 주변 환경 등이 다르다보니 시각차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큰 차이가 생길 수는 없는 구조다. 바람이 불어 존이 왔다갔다 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매경기, 이닝마다 존이 달라진다는 현장에 지적에는 "과연 정말 똑같은 공을 던졌는데 다른 판정이 나올까. 위치는 비슷하게 가도 회전, 궤적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 관리에 대해서는 "그건 구단이 책임질 부분이다. KBO 차원에서는 심판들이 클리닝 타임 때마다 홈플레이트 위치를 체크하고 경기 중 충격으로 틀어져 있을 경우 조정한다"고 밝혔다.
밥 먹고 야구만 하는 선수들이다. 존에 대해 누구보다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선수 40명 중 39명이 구장마다 존이 다르다고 한다면, 이는 핑계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KBO의 얘기도 틀린 말은 아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감'이다. 구단들이 쓰는 측정 장비가 현 ABS 시스템보다 무조건 월등하고 정확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KBO는 "구단이 원하면 관련 데이터를 모두 공개한다. 경기 중에도 가능하다"고 알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