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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전향, 내 인생 최고의 결정"…'미지명'에 美 떠났던 포수, 인간 승리 '200SV' 스토리 [인터뷰]

입력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경기. 9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박수를 치는 삼성 김재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6.03.31/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경기. 9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박수를 치는 삼성 김재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6.03.31/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청소년 대표팀에 뽑혔던 포수. 미지명의 아픔. 결국 '투수'로 KBO리그에 이름을 남겼다.

김재윤(36·삼성 라이온즈)은 지난 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4-3으로 앞선 9회말 올라와 1이닝을 삼진 세 개로 지워냈다. 개인 통산 200번째 세이브의 순간. 김재윤에 앞서서는 오승환(427세이브) 손승락(271세이브) 임창용(258세이브) 김용수(227세이브) 구대성(214세이브)만이 밟은 기록이다.

마무리투수로 의미있는 고지를 밟은 김재윤은 약 2주 뒤 다시 한번 기록 하나를 썼다. 포항 KT전에서 9회초 8-5 리드를 지켜내며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김재윤은 역대 5번째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전에는 구대성 손승락(이상 9시즌 연속), 정우람(8시즌) 진필중(7시즌)이 달성했다. 꾸준함을 증명하는 기록. 김재윤은 명실상부 KBO리그 최고 마무리투수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삼성 라이온즈 김재윤. 잠실=이종서 기자
삼성 라이온즈 김재윤. 잠실=이종서 기자

▲ "내 인생 최고의 결정"

김재윤은 고교 시절 포수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2008년 U-18 국가대표에 뽑힌 그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주전 포수로 우승을 이끌었다. 오지환(LG) 정수빈(두산) 허경민(KT) 박건우(NC) 김상수(삼성) 등 KBO리그 간판스타로 성장한 이들과 함께 '에드먼턴 키즈'로 불렸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대학 진학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미국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하고 미국 무대로 넘어갔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도 손을 내밀 정도로 포수로서의 잠재력은 뛰어났다. 그러나 미국 무대의 벽은 높았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김재윤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신생팀 KT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군필 포수'로 매력은 가득했다. 그러나 김재윤은 얼마있지 않아 마운드에 섰다. 김재윤은 "잠실 연습 경기 때 김풍기 심판님과 조범현 KT 감독님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들었다. 당시 내가 포수를 잘하지 못했는데 어깨가 좋으니 투수를 한번 시켜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더라. 경기 전 마운드에서 피칭을 15개 정도 해봤는데 마침 컨디션이 좋아 공이 잘 들어갔다. 이후 한 달 정도 포수와 투수를 병행해 훈련을 하다가 투수로 전향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KBO리그 최고 마무리투수의 첫 걸음은 그렇게 이뤄졌다. 김재윤은 "한 달 정도 치열하게 고민했는데 투수 전향을 결정하게된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와의 대화였다. 아버지도 포지션 전향을 희망하셨고, 나 자신도 포수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없었기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컸다"라며 "돌이켜 보면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보면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재윤은 이어 "좋은 감독님들을 만난 덕분이다. 나 스스로 마무리할 구위가 아니라고 계속 생각하는데, 나를 굳게 믿고 끝까지 맡겨 주신 예전 감독님들의 선택에 너무 감사하다. 좋은 코치님들과 감독님들이 나를 밀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만약 그때 포수로 남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까. 김재윤은 "장난식으로 하는 말이지만 아마 8년 전쯤 잘려서 지금쯤 중학교 코치나 불펜 포수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방망이를 너무 못 쳤다"고 웃었다.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 삼성의 경기. 9회초 2사 만루 위기를 넘긴 미야지가 김재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6.04.21/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 삼성의 경기. 9회초 2사 만루 위기를 넘긴 미야지가 김재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6.04.21/

▲ "못하면 아내에게도 비난을…." 무거운 마무리의 짐

마무리투수의 무게는 무거웠다. 팀 패배와 직결되는 순간이 많았던 만큼, 정신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재윤은 "팀이 이기는 상황에서 나 때문에 시합이 뒤집어지는 위치라 실패했을 때 심리적 타격이 정말 크게 온다. 초반에는 오로지 나 때문에 졌다는 자책감에 잠도 못 자기도 했다. 술을 마셔보는 등 빨리 패배를 잊어버리려고 여러 가지 시도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마운드에 다시 올라 다음 세이브를 따내야만 온전히 회복이 되더라. 다음 세이브를 얼마나 빨리 다시 올리느냐에 따라 회복 속도가 좌우됐다"고 했다.

지난해 김재윤은 유독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63경기에 출전해 4승7패 1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99로 다소 흔들렸던 1년을 보냈다. 특히 전반기에는 37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이 6.75에 달했다. 후반기 2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81로 원래의 위력적인 모습을 되찾았지만, 전반기 부진은 힘겨운 시간으로 남게 됐다. 김재윤은 "가장 심적으로 힘들었던 때는 작년 초반이었다. 뻔한 대답일 수 있지만 훈련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 딸을 보면 다 힐링이 되더라.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우리 딸 먹여 살려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야구를 못하면 아내에게도 온갖 비난이 쏟아지더라. 아내도 눈치를 보고 나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이야기했다.

마무리투수로서 희열을 느낀 순간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세이브에 대해 김재윤은 "중간부터는 사실 다 기억나진 않는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처음 한국시리즈에서 세이브를 달성했을 때가 단연 가장 기억에 남는다. 꿈의 무대에서 마무리로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를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번 200세이브 달성 순간도 개인적으로 우여곡절이 제일 많았고 힘들게 이뤄낸 기록이라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마무리투수를 내려놓고 싶다고 감독을 찾아간 적은 없었을까. 김재윤은 "단 한 번도 그런 적은 없다. 동료들에게 장난식으로 툴툴대며 못 하겠다고 한 적은 있어도 감독님께 직접 찾아가 말씀드리는 것은 내 월권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기용하시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실 거라 믿고, 조언을 들으며 내가 준비를 더 철저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3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삼성전. 9회초 오승환이 등판해 한 타자를 상대한 후 마운드를 내려오며 김재윤에게 공을 건네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30/
3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삼성전. 9회초 오승환이 등판해 한 타자를 상대한 후 마운드를 내려오며 김재윤에게 공을 건네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30/

▲ 롤모델이 멘토로…"아직도 믿기지 않네요."

김재윤은 그동안 '롤모델'로 꾸준하게 오승환을 이야기해왔다. 다부진 몸에서 나오는 강력한 직구. 닮은 느낌도 있었다. 2019년 스프링캠프는 김재윤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당시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이었던 오승환은 김재윤이 소속돼 있던 KT 위즈 스프링캠프에서 잠시 몸을 만들었다. 주위에서는 낯가림이 김재윤과 오승환을 이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김재윤은 "늘 TV에서만 뵙던 분을 처음 만났을 땐 정말 신기했다. 당시 코치님들이 나를 배려해 주셔서 억지로 옆에 붙여주셨고 그림자처럼 선배님을 따라다녔지만, 내 소심한 성격 탓에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해 밥도 긴장해서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래도 선배님과 캐치볼도 같이 하고 위기 상황에서의 멘탈 관리법 등 귀한 조언을 많이 들어 큰 도움이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짧았던 만남. 그러나 2024년 김재윤과 오승환은 한솥밥을 먹게 됐다. 2023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김재윤은 삼성으로 이적했다. 롤모델은 이제 멘토가 됐다. 그리고 이제 '우상'의 빈자리를 채워야하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김재윤은 "삼성에 와서 우상이었던 오승환 선배님과 같이 뛰는 것이 지금도 너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끼리 식사도 같이하며 꾸준히 연락하고 지낸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도 신기하고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은퇴한 오승환은 개인 방송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김재윤에게 '방송 출연' 이야기를 하자 "(오)승환 선배님이 불러만 주신다면 당연히 나가야 하지 않겠나. 내가 워낙 말을 재미없게 하는 편이라 걱정"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김재윤도 누군가의 롤모델이자 멘토의 자리가 됐다. 삼성의 젊은 강속구 투수들은 김재윤을 보고 배우곤 한다. 김재윤도 아낌없는 조언을 해준다. 김재윤은 마무리투수로서 자신의 장점에 대해 "맞더라도 볼넷을 많이 안 주려고 했다. 볼넷을 주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라며 "사실 내가 오승환 선배님처럼 엄청나게 뛰어난 직구가 있는 투수도 아니다. 운이 좋았던 거 같다"고 했다.

"운이 좋았다"는 겸손 가득했던 대답에는 투수가 가져야할 마인드가 녹아있었다. 김재윤은 "어차피 야구는 70% 운이라고 생각한다. 핑계 대지 않고 맞더라도 승부를 보는 게 정답인 거 같더라. 후배들에게도 '네 공을 믿고 승부를 하라'고 많이 말해준다"고 밝혔다.

200세이브 달성 후 물 세례를 받는 김재윤(왼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200세이브 달성 후 물 세례를 받는 김재윤(왼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7시즌 연속 10세이브 달성 후 세리머니를 하는 김재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7시즌 연속 10세이브 달성 후 세리머니를 하는 김재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지금부터는 보너스라 생각, 그래도 해보고 싶은 기록은…."

역대 6번째 200세이브를 달성한 김재윤은 25일까지 204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11개를 더하면 구대성의 214세이브를 넘어 역대 5위로 올라서게 된다. 역대 4위인 김용수(227세이브)와도 거리는 많이 멀지 않다.

앞으로의 기록에 대해 김재윤은 "200세이브라는 목표가 있었지만, 그 이후를 깊게 생각은 안해본 거 같다. 나이가 있다보니 마무리투수로서 목표가 200세이브였다. 앞으로 하는 기록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있다. 삼성의 마무리투수 자리는 이제 앞으로 치고 올라오는 어린 친구들이 맡아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도 '마무리투수를 맡아야지'라는 욕심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선수들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 잠시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쉽게 넘겨줄 생각은 없다. 경쟁을 하면서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또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팀 우승이라는 목표는 당연하다"고 말하는 김재윤에게 '개인 목표'를 물었다. 그는 "큰 부상 없이 몸이 아프지 않고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한번 30세이브 이상을 꼭 달성해 보고 싶다. 그간 부진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팬분들과 감독님, 코치님께 나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심어드리고 싶다. 또한 요즘 길게 활약하시는 선배님들이 참 많은데, 나 역시 후배들이 나를 보고 '저렇게 오랫동안 야구를 뛸 수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오래도록 롱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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