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또 한 번의 고비를 넘겼다. 그렇다고 안심할 처지는 절대 아니다.
LA 다저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다저스는 26일(이하 한국시각)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맞춰 키케 에르난데스를 60일 부상자 명단(IL)서 해제하고 산티아고 에스피날을 지명할당으로 방출대기 명단에 올렸다.
지난 겨울 팔꿈치 수술을 받은 키케는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재활 경기로 컨디션 점검을 마친 뒤 이날 빅리그 현역 로스터로 돌아왔다.
기존 3루수 맥스 먼시가 지난 23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사구에 오른쪽 손목을 맞고 부상을 입어 키케는 이날 복귀하자마자 9번 3루수로 선발출전했다. 그는 2타수 2안타 1타점의 활발한 타격을 한 뒤 7회 대타로 교체됐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키케에 대한 신뢰는 지난 주말 밀워키 원정기간 중 "키케에게는 뭔가 다른 에너지가 있다. 무게감이 있고, 집중력이 있다. 그러니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이기는 선수가 된다. 키케의 그런 능력이 또 발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데서 잘 드러난다. 오자마자 멀티히트를 터뜨렸으니, 신뢰 지수는 더욱 상승했을 터.
그렇다면 로버츠 감독이 이날 김혜성을 빅리그에 남기기로 한 것도 그런 '신뢰'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건 아니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25일 밀워키전에서 김혜성이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물러나자 "유인구에 쫓아가는 타격으로 돌아갔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수동적인 타격 탓에 카운트도 나쁘게 몰린다. 타격폼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달 힘든 상황에서도 헤쳐나갔다. 그는 준비하고 경쟁하고 있지만 지금은 잘 안되고 있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로버츠 감독이 그나마 김혜성에게 높은 점수는 주는 건 수비와 기동력이다. 김혜성 만큼 수비 활용폭이 넓은 선수는 다저스에 없다. 1루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과 중견수, 좌익수 등 외야도 가능하니 말이다. 에스피날을 포기한 이유다.
먼시가 손목 타박상에서 회복돼 돌아오면 키케는 2루수로 옮겨올 것으로 예상된다. 키케는 메이저리그 통산 선발출전 기준으로 중견수 314경기, 2루수 221경기, 유격수 132경기, 3루수 107경기, 좌익수 79경기를 뛰었다.
그렇다면 다저스의 2루 자리는 우타자 미구엘 로하스와 키케, 좌타자 김혜성이 번갈아 맡게 된다. 김혜성의 출전 기회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격수 무키 베츠와 3루수 먼시, 중견수 앤디 파헤스 등 주전들이 가끔 쉬어야 할 때 그 자리를 메우는 것도 이들 3명이다.
다저스 주력 선수들 중 다음 컴백 후보는 내외야 유틸리티 토미 에드먼이다. 어찌 보면 키케보다 존재감이 클 수 있다. 지난 겨울 오른쪽 발목 수술을 받고 재활에 전념한 에드먼이 드디어 실전 단계로 들어선다. 27일부터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재활 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최대 20일 동안 트리플A 소속으로 뛸 수 있으니, 김혜성으로선 6월 중순까지는 시간을 번 셈이다. 그 전에 타격에서 로버츠 감독의 마음을 돌려놓아야 한다.
이날 콜로라도전에 8번 2루수로 선발출전한 김혜성은 3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을 치며 5대3 승리에 힘을 보탰다. 삼진은 없었고, 인플레이 타구 3개의 발사 속도는 각각 101.4마일, 101.6마일, 97.2마일로 모두 잘 맞힌 타구였다. 이런 타격이 꾸준하게 나와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