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레이스 선두 주자로 꼽히는 좌완 투수가 또 한 발짝 도망갔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크리스토퍼 산체스가 5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을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산체스는 28일(이하 한국시각)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을 6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볼넷 없이 삼진 9개를 솎아냈다.
이로써 산체스는 시즌 성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12경기에서 79⅓이닝을 던져 6승2패, 평균자책점 1.47, 95탈삼진, WHIP 1.12, 피안타율 0.240을 마크했다.
양 리그를 합쳐 평균자책점과 투구이닝 각 1위에 올랐고, NL에서는 탈삼진 2위에 랭크됐다. 이 정도면 NL 사이영상 경쟁서 밀워키 브루어스 제이콥 미저라우스키(64이닝, 1.83, 100탈삼진, WHIP 0.83)와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49이닝, 0.73, 54탈삼진, WHIP 0.82)에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오타니가 현재 다저스타디움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고 있어 직접 비교된다.
산체스에 주목할 부분은 5월 피칭이다. 5경기에 등판해 한 점도 주지 않았다. 6일 애슬레틱스전(8이닝 3안타 10K), 11일 콜로라도전(7이닝 6안타 7K), 17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9이닝 6안타 13K), 23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8이닝 4안타 6K)에 이어 이날도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5월 39이닝 동안 25안타와 3볼넷을 내주고 삼진 45개를 잡아냈다. 평균자책점 '0', WHIP 0.72, 피안타율 0.181의 월간 성적이다. 2024년 6월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이 달의 투수(Pitcher of the Month)' 수상을 예약했다.
특히 산체스는 지난 1일(현지시각 4월 3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2회부터 이날까지 44⅔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여 투구판에서 홈플레이트 간 거리가 60피트6인치(18m44)로 자리잡은 1893년 이후를 기준으로 이 부문 구단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1911년 그로버 알렉산더가 세운 41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115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경기 후 원정 라커룸에서 산체스를 위한 작은 축하 이벤트가 펼쳐졌다.
산체스는 "나도 믿을 수가 없다. 팀의 일원으로 이곳에서 기록을 달성하니 너무 특별하다. 동료들, 코칭스태프와 함께 엄청난 그룹을 이루면서 이런 것들을 함께 하니 너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산체스의 신기록 수립이 결코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날도 3회말 상대 개빈 시츠의 339피트 플라이가 펜스 앞에서 잡혔고, 4회 매니 마차도의 356피트 대형 타구 역시 워닝트랙에서 겨우 처리됐다. 홈런이 될 수 있었던 타구였다는 얘기다.
2-0으로 앞선 7회말에는 1사후 잭슨 메릴에 우월 2루타를 얻어맞은 뒤 닉 카스테야노스를 유격수 땅볼, 대타 타이 프랜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을 막았다. 산체스는 "타구 2개는 배트에 정말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홈런이 되지 않게 해 준 신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산체스는 이제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연속 이닝 무실점 최장 기록인 1988년 다저스 오렐 허샤이저가 작성한 59이닝에 도전한다. 14⅔이닝 무실점을 더 이어가면 허샤이저를 넘어 새 역사를 세우게 된다. 순수한 선발투수 중 월간 단위로 4경기 이상 등판해 한 점도 주지 않은 건 역대로 산체스와 허샤이저(1988년 9월) 둘 뿐이다.
산체스의 44⅔이닝은 '라이브볼' 시대가 열린 1920년 이후 기준으론 역대 7번째로 긴 기록이다.
이날 투구수는 100개였고, 42개를 던진 싱커 구속은 최고 97.3마일, 평균 95.6마일을 나타냈다. 평균 스피드는 시즌 평균 94.9마일보다 0.7마일이 빨랐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헛스윙 유도 비율은 48%(25스윙 중 12헛스윙)에 달했다.
산체스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8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선발로 등판해 한국을 상대로 5이닝 무실점의 괴력투를 과시했던 그 투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