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단기 대체 선수가 1선발급 퍼포먼스를 해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두산 베어스가 주판알을 튕기느라 바쁠 듯 하다. 물론 아직 약 1달의 시간이 있지만, 행복한 고민을 해야할 순간이 찾아올 조짐이다.
두산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5대3으로 잡았다. 5위권 추격을 위해 1승, 1승이 소중할 때 4연승을 달리며 상승 기세를 탄 한화를 만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3연전 첫 번째 경기를 잡았다. 6위 두산은 이 승리로 5위 한화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
그 중심에는 선발 벤자민이 있었다. 벤자민은 6⅓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9삼진 무실점 완벽한 피칭을 했다. 최근 물이 오른 한화 타선도, 벤자민의 뛰어난 완급 조절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두산은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벤자민은 승승장구중이다. 최근 3연승. 5월21일 NC 다이노스전, 5월27일 KT 위즈전, 그리고 한화전까지 3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이닝도 8-7-6⅓이닝을 책임져줬다. 연승 과정 4사구는 경기당 2개를 넘긴 적이 없었다. 피홈런은 없었고 KT전과 한화전은 피안타가 단 2개씩 뿐이었다. 기록으로나, 내용으로나 '완벽 그 자체'였다.
벤자민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KT에서 쿠에바스와 '원투펀치'로 맹활약해 이미 KBO리그 팬들에게 친숙한 선수. 2024 시즌을 끝으로 KT를 떠났다가, 올해 두산 플렉센의 단기 대체 선수로 다시 한국땅을 밟았다. 두산은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며 야심차게 플렉센을 복귀시켰는데, 그가 개막 후 2경기 만에 어깨를 부여잡고 이탈하는 바람에 급하게 대체 선수를 찾아야 했고, KBO리그의 콜을 기다리던 벤자민과 인연이 닿게 된 것이다.
당장 리그 적응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넓은 잠실구장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타일의 벤자민. 그 두산의 계산이 딱 맞아떨어졌다. 플렉센이 이제 곧 2군 등판 준비를 하고, 7월 초 돌아올 예정인데 벤자민이 지금의 경기력을 계속 유지한다면 '이런 선수를 돌려보내도 되나' 두산은 머리가 아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에이스 역할을 기대한 선수를 포기할 수도 없다. 애매한 건 잭 로그. 개막 직후 흔들리는 선발진을 이끌어줬지만, 최근 페이스가 부진하다. 벤자민과 같은 좌완 기교파이기에 플렉센이 돌아올 시점 만약 잭로그가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대신 교체되는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벤자민은 6주 5만달러
(약 7500만원)를 받는 저렴한 몸값의 대체 자원이고, 잭로그는 110만달러에 재계약을 맺은 선수이기에 경제적 측면을 생각하면 과감하게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벤자민은 위기의 두산을 계속 살려내며 제2의 '코리안 드림'을 완성할 수 있을까. 일단 플렉센이 돌아올 때까지 지금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