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엄청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목마 위로 중간에 뛰어올라 타는 격이다."
월트 와이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감독의 말이다. 김하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애틀랜타와 1년 총액 2000만 달러(약 304억원) FA 계약을 했지만, 현재 밥값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한국에서 머물 때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로 오른손 중지 힘줄 치료 수술을 받았다.
황당한 부상은 김하성의 시즌을 완전히 망치고 있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탬파베이 레이스와 1+1년 총액 2900만 달러(약 441억원) FA 계약을 했을 때도 어깨 수술 재활 과정에 있어 스프링캠프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지 못했다. 2년 연속 스프링캠프 불참 여파가 올해는 더 세게 왔다는 분석이다.
김하성은 올해는 5월부터 메이저리그로 콜업될 수 있었는데, 15경기에서 타율 9푼6리(52타수 5안타), 3타점, OPS 0.271에 그치고 있다. 2021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이런 극심한 슬럼프는 처음 마주한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은 두 시즌 연속 제대로 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해 탬파베이 시절에는 어깨 수술 회복으로 7월이 되어서야 빅리그로 복귀했고, 9월에 애틀랜타가 웨이버 클레임으로 영입한 이후 비로소 타격감이 올라왔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막판 타율 2할5푼3리, 3홈런, 12타점을 기록하며 애틀랜타 잔류에 성공했지만, 비시즌 동안 오른손 중지 힘줄 수술을 받고 또 부상자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애틀랜타는 지난달에야 그를 현역 로스터에 복귀시켰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어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스프링캠프는 한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다. 편안한 환경에서 다양한 타격 메커니즘을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하성이 올 시즌 기록한 52타수는 스프링캠프에서 소화하는 타수의 거의 최대치다. 손가락 부상 여파로 김하성은 스프링캠프가 아닌 치열한 정규시즌에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무리 고액 연봉자라고 해도 생애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김하성을 무조건 기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애틀랜타는 10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시즌 성적 45승22패를 기록,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는 9경기차다.
유격수 경쟁자 마우리시오 두본과 호르헤 마테오가 공수에서 훨씬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상황. 김하성이 좀처럼 그라운드로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은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고, 애틀랜타는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0.672)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라 그에게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고 있다. 김하성이 지난 시즌 전력에 보탬이 됐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역할이 축소된 상태다. 김하성이 올 시즌 2000만 달러 거액 연봉을 받는다 해도 출전 시간은 보장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와이스 감독은 "리그에서 정말 훌륭한 활약을 펼쳤던 김하성 같은 선수가 자신의 페이스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을 때 감독으로서는 선수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 주면서도 동시에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와이스 감독은 이어 "메이저리그 경기 스피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특히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회전목마 위로 중간에 뛰어올라 타야 하는 격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김하성은 결국 괜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은 김하성을 빨리 트레이드 카드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0만 달러짜리 백업으로 전락한 선수를 굳이 안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 두본과 마테오로 충분히 김하성의 공백을 채울 수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주장이다.
김하성은 일단 묵묵히 탈출구를 찾아 나가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은 팀 하이어스 타격코치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고, 팀 패드로 자신의 배팅 연습 영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