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선수가 못 던져서 바꾼 것 아냐.""
자칫 오해를 살 뻔한 상황이었지만 사실은 선수를 향한 사령탑의 배려였다.
키움 히어로즈 설종진 감독이 지난 달 30일 중계 화면에 포착됐던 외국인 투수 가나쿠보 유토(27)와의 '더그아웃 밀착 대화'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유토는 이날 고척 LG 트윈스전에서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완벽한 위기 대처 능력을 선보였다. 5-0으로 앞선 7회초 무사 1, 2루의 위기 상황에 등판한 유토는 문성주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은 뒤, 대타 문보경을 8구 승부 끝에 2루수 병살타로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유토는 송찬의를 뜬공 처리한 뒤 박해민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오스틴 딘을 다시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2아웃을 만들었다. 투구 수는 단 27개로 여유가 넘쳤으나, 키움 벤치는 돌연 유토를 내리고 박정훈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는 유토의 얼굴에 아쉬움과 의아함이 교차하는 표정이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이 모습을 더그아웃에서 진중하게 지켜보던 설 감독은 유토가 들어오자마자 직접 다가가 어깨를 다독이며 상황을 설명했다.
설 감독은 1일 LG전에 앞서 "유토가 2아웃을 잡아놓고 교체되니까 마운드에서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짓더라. 그래서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직접 설명을 하러 갔다"고 입을 열었다. 설 감독은 "선수가 못 던진 게 결코 아니다. 투구 수가 거기서 더 많이 올라가면 오늘(1일) 경기에 투입을 할 수 없지 않나. 오늘 경기를 위해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끊어준 것이니 오늘 경기도 준비를 잘해달라고 말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5점 차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27구를 던진 유토에게 이닝 마무리를 맡기는 것보다, 연투가 가능한 상태로 투구를 멈추게 해 1일 경기 승부처에 다시 기용하려는 감독의 복안이었다.
올해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키움의 유니폼을 입은 유토는 현재 팀의 마무리와 셋업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불펜의 핵심 윤활유 역할을 100% 수행하고 있다. 올 시즌 37경기에 등판해 32⅔이닝을 소화하며 4승 4패 1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58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눈부신 맹활약을 바탕으로 유토는 아시아쿼터 선수 중 '최초'로 올스타전 출전(감독 추천)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