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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일구일언(一球一言)] 버튼, MVP 트리플크라운 도전조차 못하는 현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1-25 01:03


사진제공=KBL

"그게 진실이 아니길 바란다."

원주 DB 프로미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이 남긴 말이다. 어떤 얘기를 들었길래, 버튼은 이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25일 DB와 부산 kt 소닉붐의 경기가 끝난 부산 사직체육관. 8연승을 달리던 DB는 최하위 kt에 충격의 패배를 당할 뻔 했지만, 37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한 버튼의 후반 활약 속에 93대92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그야말로 버튼이 DB를 구한 경기였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온 버튼. 하지만 기자의 질문에 버튼은 이내 크게 실망했다. 마침 버튼 옆에 김주성이 있었다. 기자는 "올스타전 MVP 수상 후 2007~2008 시즌의 김주성처럼 올스타전-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MVP 트리플크라운 목표를 밝혔다. 그런데 당신은 정규리그 MVP가 될 수 없어 그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버튼은 화들짝 놀라 "그게 무슨 말인가"라고 했다. 상황 설명을 해줬다. KBL 리그 규정상 MVP는 국내 선수로 한정되고, 외국인 선수는 외국인 선수상을 따로 받아야 한다고 알렸다. 버튼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전혀 몰랐다. 내 목표가 사라졌다. 정말 슬프다. 그게 진실이 아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의례적 코멘트가 아니라, 정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동석한 통역 직원에게도 계속해서 진실이 뭔지 묻고, 또 물었다. 김주성이 "외국인 선수상을 받으면 그것도 같은 MVP"라고 위로해줬지만, 사실 김주성의 위로는 큰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역사에는 MVP의 이름이 가장 위에 있다. 그 밑에 적힌 외국인 선수상을 MVP와 동급으로 취급하기 힘들다. 버튼은 "정말 이 사실을 몰랐나"라고 묻자 "정말 몰랐다"고 답했다.

사실 올스타전 시점까지는 기자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기사 작성 과정 중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버튼이 만약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게 되면, 외국인 선수상도 동시 수상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 KBL에 문의를 했다. 그런데 버튼은 MVP를 수상할 수 없다는 생각지 못한 답변을 들었다. 외국인 선수상이 따로 있기에, MVP 후보는 국내 선수로 한정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97년 출범 이후 KBL은 외국인 선수상을 따로 시상했었다. 하지만, 국내-외국인을 떠나 가장 잘한 선수에게 MVP가 돌아가는 게 맞지 않느냐는 여론에 2011~2012 시즌부터 상이 통폐합됐다. 하지만 압도적인 개인 성적을 거두고도, 늘 MVP는 국내 선수 차지였다. 기자단 투표에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경우다. 시상식에 잘 참석도 안하는 외국인 선수에게 굳이 MVP라는 영예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있었다. 그러니, 외국인이라고 차별한다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결국 2014~2015 시즌 다시 외국인 선수상이 부활했다. 지난 시즌 오세근(안양 KGC)이 MVP, 리카르도 라틀리프(서울 삼성 썬더스)가 외국인 선수상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생각지도 못한 DB의 돌풍에 버튼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국내 간판 두경민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버튼의 존재감은 상상 이상이다. 특히, 무미건조하게 스탯을 쌓아올리던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버튼은 화려한 쇼맨십까지 갖췄다. 언론, 팬들에게도 매우 친절하다. MVP 후보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런 선수가 MVP 후보로도 오르지 못하는 규정은 누굴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만약 DB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유력한 MVP 후보는 두경민이다. 두경민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외국인 선수에게도 공정한 경쟁을 거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맞다. 국내 선수를 위해, 후보를 한정하면 스스로 상에 대한 가치를 깎는 게 된다. 외국인 선수와 같이 후보로 묶인다고 해서, 국내 선수가 받지 못한다는 법도 없다. 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기자단의 선택을 받으면 된다. 스탯으로는 외국인 선수에게 뒤질 수 있지만, 그걸 뛰어넘는 뭔가를 보여주면 된다. 지난 시즌 오세근이 그랬다. 오세근의 MVP 수상에 이견을 달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프로농구 역사상 외국인 선수 정규시즌 MVP는 단 1명도 없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기자단 투표에 대한 논란이 늘 있었다. 그런데 투표 문제를 논하기 이전, 이런 낡은 규정부터 변경돼야 투표의 방향도 바뀔 수 있다. 다른 상도 아니고 MVP는 정말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가 받아야 하는 게 맞다. 그래도 DB는 복받은 구단이다. 버튼은 자신이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그렇다면 MVP는 우리 두(두경민)가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망한 가운데, 동료를 챙겼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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