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이정대 KBL 총재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겠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7-11 17:03 | 최종수정 2018-07-12 07:22


KBL 이정대 총재 .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KBL 이정대 총재 .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한국농구연맹(KBL)의 제9대 수장으로 선출된 이정대 총재가 2일 오전 신사동 KBL 센터에서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한국 남자농구는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팬들의 발길을 잡아끌어보려 외국인 선수 제도를 정비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도,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17~2018시즌에는 역대 최저 관중을 기록했다. 주목도가 떨어져 현역 선수 보다 20여년 전 농구대잔치 세대 감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겨울 실내 스포츠 라이벌 배구를 아래로 내려다봤는데, 위상이 역전된 지 오래라는 얘기도 들린다. 위기의 프로농구, 구원 투수가 필요했다.

이정대 KBL(한국농구연맹) 총재(63)가 지난 1일 3년 임기를 시작했다. 울산 현대모비스가 추대한 이 총재는 현대자동차그릅 부회장을 지낸 기업 최고 경영인 출신이다.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지만, 프로농구는 새로운 리더십에 목말라 있었다. 농구에 매몰된 전문가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현 상황을 바라보는, 소통이 가능한 경영 전문가가 시대가 필요로하는 리더일 수 있다.

10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만난 이 총재는 "마지막 봉사의 자리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계속해서 '소통'을 강조했다.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이 총재는 발언에 신중했지만, 변화를 얘기할 땐 열정이 넘쳤다. 그는 "어떻게 하면 프로농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지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했다.

-기업을 떠난 뒤 공백이 있었는데, 생소한 분야의 직분을 맡았다.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총재직 제안을 받고 망설였다. 스포츠 분야엔 문외한이라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주위에서 기업 경영의 경험을 살리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해 주셨다. 기업에선 영업, 생산도 중요하지만 관리도 중요하다. KBL도 전문 분야만 잘한다고 농구 저변이 확대되고, 대중화가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정과 전문 분야가 힘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겠나. 기업을 경영한 경험이 농구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주위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는데, 누구의 조언을 듣겠다는 얘기인가.

▶프로농구 전반에 관한 의견을 듣는 협의체를 만들겠다. 농구인, 관계자, 언론인으로 구성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겠다. 형식적인 모임이 되면 안된다. 여러 의견을 취합해 보편적이고, 상식적이고, 타당하다면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전문 분야는 경기인들의 신망을 받는 분에게 맡기겠다. 권한을 주고 책임을 지게 하겠다. 어떻게 하면 프로농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질 수 있을 지 끊임없이 고민하겠다.

-협의체 구성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나.


한국농구연맹(KBL)의 제9대 수장으로 선출된 이정대 총재가 2일 오전 신사동 KBL 센터에서 취임식에서 방열 회장등 내빈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취임식에는 대한 농구협회 방열 회장과, 박한 부외장, 김동욱 부회장을 비롯 10개 구단 단장과 감독들이 참석했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한국농구연맹(KBL)의 제9대 수장으로 선출된 이정대 총재가 2일 오전 신사동 KBL 센터에서 취임식에서 추일승 감독으로 부터 농구공을 전달받고 있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대략적인 밑그림이 나왔다. 농구인, 관계자, 언론인에 법조인도 포함시킬 생각이다. 팬들의 의견도 중요한데, KBL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 전담 직원을 두고 팬들의 좋은 의견을 모아 의제로 삼겠다.

-소통을 강조했는데, 그동안 좋은 아이디어가 윗선에서 막힌다는 얘기가 있었다.

▶어떤 조직이든 사기가 제일 중요하다. 소통이 단절되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기업에 있을 때 경험했다. 사소한 의견도 함께 토론하다보면,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 기획이 나오더라.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겠다. KBL에는 농구에 열정을 가진 직원들이 많다. 급여만 생각하면 여기 안 왔을 것이다.

-밖에서 본 KBL과 안에서 접한 조직이 다르지 않나.

▶예산이 타이트하더라. 여러가지 결손 금액도 있다. 재정이 튼튼해져야 한다.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프로농구단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현대자동차에 있을 때 프로축구 구단(전북 현대 모터스) 운영 실태를 봤다. 기업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스포츠단을 운영할 수도 있지만, 투자한 만큼 결과가 따라야 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룹 부회장 시절에 축구단 단장에게서 경기가 있을 때마다 보고를 받았다. 합리적이라면 과감하게 지원을 해주고, 잘 하면 포상을 해야 한다. 구단주께 말씀을 자주 드리면 그룹 내 다른 계열사 분들도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런 관심이 모여 좋은 시설을 갖춘 클럽하우스가 만들어졌고, 성적을 내면서 명문 구단이 되더라. 프로농구 구단들도 모기업의 결정권자들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면, 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시즌 경기 일정이 나오면 기업들에 티켓을 구매하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 관중이 모여야 매스컴이 관심을 가질 것이고, 저변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까.

-회원사가 추천한 첫 총재다. 현대모비스와 관계 설정이 궁금하다.

▶현대모비스 추천을 받았지만, 모비스를 편애하면 관리자로서 자격이 없는 거다. 객관성을 유지할 것이다. 의사 결정의 결정의 기준은 딱 하나다. 우리 농구가 재도약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다. 판단에 대한 결과는 내가 책임진다. 우리 농구가 한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임무다. 의견 충돌이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설득해 동참하도록 하겠다. 한쪽에 치우치거나 편향되면 농구 발전에 역행하는 거다.

-그동안 신장 제한, 출전 시간 등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자주 바뀌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들었다. 전임 집행부에서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대중의 눈높이에 못 미친다면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보겠다.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 논리적, 상식적인 기준으로 결정하겠다.


KBL 이정대 총재.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현장에선 외국인 선수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이자는 얘기가 많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 이 또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청취해 논의하겠다.

-심판 능력 향상을 위한 방안이 있나.

▶인원이 적정한 지, 자질, 교육 등에 관해 물어봤다. 심판들이 능력을 업그레이드해 팬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다른 종목처럼 심판 아카데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들었다. 큰 줄기에서 도움이 된다면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심판 문제에 관한한 아낌없이 투자하겠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

-어두운 얘기만 주로 했다. 희망적인 요소는 없나.

▶기업 경영을 하다보면 전부가 반대하는 사업이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프로농구가 어렵고 힘들다고 하는데,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재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KBL이 홍보, 마케팅에 소홀한 면이 있었다. 관련 전문가를 영입해 전략을 세우겠다. 프로농구가 더 사랑받으려면 스타를 키워 조명을 받도록 해야 한다. 특정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제2, 제3의 스타가 나올 수 있지 않겠나. 앉아서 기다리지 않겠다.

-프로농구 중흥의 가장 큰 적이 무엇인가.

▶업무를 하나하나 파악하는 중이라 자세한 말씀을 드리긴 어렵다. 다만, 인생사가 그렇듯이 매사에 두려워한다고 해서 닥칠 일이 안 오는 게 아니다. 적극적 의지를 갖고 상하가 소통하면서 고민하면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만의 리그가 돼서는 절대 안된다. 대중의 관심과 호흡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3년 후 어떤 총재로 기억되고 싶나.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3년 임기 동안 프로농구 중흥이라는 대명제에 충실하겠다. 프로농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기반을 다진 총재로 기억되고 싶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