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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우승]울보에서 악바리로, '막내 에이스' 박지수 전성시대 열렸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9-03-03 18:59


청주 KB스타즈의 박지수가 슛을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WKBL

'막내 에이스' 박지수(청주 KB스타즈). 그의 또 다른 수식어는 '울보'였다.

지난 2016년 6월. 고등학생이던 박지수는 프랑스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이 끝난 뒤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올림픽에 나가지 못해 너무 아쉽다며, 자신이 조금만 더 잘했으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눈물은 쉽게 마르지 않았다. 프로 데뷔전을 마친 뒤에도 눈시울을 붉혔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11월 인천 신한은행전을 마친 뒤에도 "내 플레이에 실망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큰 키에 농구센스. 박지수는 월반에 월반을 거듭하며 일찌감치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로 불렸다. 스포트라이트는 늘 박지수를 향했다. 뜨거운 관심 만큼이나 부담감도 컸다. 그래서 박지수는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박지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박지수는 높은 벽에 부딪칠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마음 여린 소녀는 코트 위 전사가 됐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은 "대표팀에 처음 왔을 때는 훈련 중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 하지만 그 다음에 대표팀에 왔을 때 부족한 부분을 확실히 채워왔다. 승리에 대한 욕심도 매우 크다. 쑥쑥 성장했다"고 말했다.

박지수는 경기를 치르면서 '에이스'의 무게를 받아들이게 됐다.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하는 방법도 익혔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이 "지수는 원래 패스 센스가 좋은 선수다. 신장도 좋은데 패스도 뛰어나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미국프로농구(WNBA) 무대를 경험한 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정확한 패스를 한다"고 칭찬했다.

이제 박지수는 단순히 키 큰, 잠재력 있는 미래가 아니다. 현재다. '적장' 임근배 용인 삼성생명 감독은 "박지수는 KB스타즈의 큰 무기다. 골밑 득점만 하는게 아니다. '원래 이렇게 수비를 잘했나' 싶을 정도로 수비력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프로 3년 차. 울보에서 악바리로 변한 박지수는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는 3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16득점-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KB스타즈의 정규리그 우승에 마침표를 찍는 승리였다.


이제 박지수는 더 이상 '울보'가 아니었다. 이날 우승 축포가 터진 순간 박지수는 환하게 웃었다. 무섭게 성장해 팀을 13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으니 더 이상 가슴 속에 맺힌 게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웃음에 KB스타즈의 밝은 미래가 담겨 있다. 또한 그 미소는 '정규리그 MVP 0순위'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만 20년 3개월. 최연소 MVP 기록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종전 기록은 2001년 변연하가 세운 만 20년 11개월 16일이다.

왕관을 거머쥔 '울보' 박지수는 활짝 웃었다. 바야흐로 지금은 박지수 전성시대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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