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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남자 프로농구판에 선수 출신 프런트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원주 DB는 최근 신년 정기인사를 통해 이흥섭 사무차장(49)을 사무국장으로 승진시켰다. 프로 원년(1997년) 대구 동양에서 센터로 데뷔한 이 국장은 2000년 TG삼보(현 DB)에서 은퇴한 뒤 프런트로 변신해 사무국의 '넘버2'이자 실무책임자의 자리까지 올랐다. 이규섭 삼성 코치의 친형이기도 한 그는 24년째 연고지 원주를 지켜왔다.
이 국장의 승진으로 현재 10개 구단에서 선수 출신 사무국장은 4명으로 늘었다. 김성헌(49·전자랜드) 손종오(47·LG) 구본근(46·현대모비스)이 선수 출신 사무국장으론 선배 격이다.
김성헌 국장이 현존 최고참-최장수다. 연세대 91학번인 김 국장은 1995년 실업 인천 대우증권을 시작으로 프로 원년 대우 제우스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부상때문에 조기 은퇴했다. 이후 팀 매니저-프런트 평사원을 거쳐 2012년 사무국장으로 승진했다. 김 국장은 선수 데뷔부터 무려 26년간 대우 제우스-SK빅스-전자랜드를 지켜왔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동일 팀 최장기 근속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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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김 국장의 직전 사무국장이 양원준 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사무총장(51)이어서 선수 출신 사무국장 대물림의 첫 케이스였다.
손종오 국장은 휘문고-연세대(93학번)에서 '국보센터' 서장훈과 함께 뛰었던 포인트가드 출신으로 서장훈의 '절친'이다. 손 국장도 부상 때문에 선수의 꿈을 일찍 접은 뒤 LG 스포츠단 사원으로 입사해 팀원-팀장을 거쳐 2016년 말부터 사무국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구본근 국장은 2002년 KCC에서 현대모비스로 트레이드된 뒤 박승일 코치의 갑작스런 투병 사퇴 등 팀 사정으로 인해 은퇴한 뒤 매니저를 시작으로 프런트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사무국장뿐 아니라 각 팀 프런트에서도 선수 출신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박장법사' 센터로 유명했던 박도경(중앙대 94학번)은 LG 운영·홍보책임(팀장)으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91학번)과 단국대 전성기를 이끌었던 박준태(90학번)는 SK 지원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KCC의 송원진 운영팀장(중앙대 00학번)은 한상민 SK 코치와 '농구명문' 삼일상고 동기(44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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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선수 출신 사무국장 원조는 이성훈 전 한국농구연맹(KBL) 사무총장(61)이다. 그는 실업 삼성전자 선수로 은퇴해 서울 삼성 사무국장-단장을 거쳐 KBL 행정가로 성공했다. KCC그룹의 임원으로 근무중인 김 광 전 KCC 코치(54) 역시 구단 홍보팀장을 거쳤다.
한편 선수-프런트를 거쳐 감독으로 성공한 경우는 전창진 KCC 감독과 이상윤 해설위원, 추일승 전 오리온 감독이 대표적이다. 3명 모두 출신 대학은 다르지만 82학번 동기다.
한 구단 관계자는 "농구판에서는 선수 출신이 행정 능력에서 미흡할 것이라는 시각은 편견이다. 대부분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을 나온 데다, 선수들과 가교 역할도 잘 하기 때문에 선수 출신들의 업무 평가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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