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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요정→마법사' 최태원 SK 회장, 프로농구 구단주로 변신…자원등판 '깜짝쇼' 있었다. '마법의 손' SK 명가구축 예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3-05-31 16:36 | 최종수정 2023-06-01 06:24


'승리요정→마법사' 최태원 SK 회장, 프로농구 구단주로 변신…자원등판 …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당시 SK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는 최태원 회장.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승리의 기를 불어 넣어주던 '승리요정'이 승리를 만들 '마법사'로 변신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63)이 프로농구 서울 SK의 구단주로 전격 등장하자 농구계에서 회자된 말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31일 제5차 임시총회를 열고 SK나이츠의 구단주를 최태원 회장으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했다. 최 회장이 프로스포츠 구단주로 직접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SK나이츠에서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2017년부터 구단주를 맡아왔고, 2021년부터는 김희섭 SK텔레콤 커뮤니케이션담당(부사장)이 구단주 대행으로 이끌어 왔다. SK그룹 계열의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도 김 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에게 구단주를 맡겨왔다.

SK는 작년 말 박정호 부회장이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겸임하던 SK텔레콤 대표이사에서 퇴임하면서 신임 구단주를 물색해왔다. 2022~2023시즌이 종료되자 새 구단주를 확정할 예정이었다. 관례대로라면 SK텔레콤의 사장 또는 부회장이 나서는 게 유력했다. 그런데 최 회장이 등장한 것이다.


'승리요정→마법사' 최태원 SK 회장, 프로농구 구단주로 변신…자원등판 …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한국과 중국의 결승 경기가 2018년 8월 30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OR 포키 찌부부르 경기장에서 열렸다.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이 시상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그것도 깜짝 자원 등판이었다. 여기에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다. 챔피언결정 7차전이 열렸던 지난달 7일 아쉽게 패배한 SK 선수단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납회식을 가졌다. 챔피언을 놓쳤으니 마냥 흥겹지는 않았다. 최 회장이 회식자리에 돌연 방문했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통합우승 축하연에 참석한 적은 있어도 패배 후 뒷풀이에 참석할 줄은 선수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최 회장은 선수, 코칭스태프와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기적'이란 단어를 계속 썼다고 한다. "부상 등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혼으로 '기적'같은 경기를 해줘서 고맙다."

생각지 못한 '회장님'의 격려에 놀란 선수들은 이후 제대로 '깜놀'했다. 최 회장이 "구단주를 맡아 더 신경쓰겠다"고 깜짝 선언한 것이다. 선수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로 화답했다. 그룹과 구단 고위층도 예상치 못한 '깜짝쇼'였다고 한다.

최 회장이 전면 등장을 선언한 것은 프로농구에 대한 애정 수준에서 나아가 현장에서 확고한 '명가' SK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잖아도 최 회장은 '눙구 애정'으로 유명하다.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 유학 시절 농구 동아리에서 선수로 뛰었던 최 회장은 농구 전술과 기술에도 해박하다고 한다. 경기가 끝났을 때는 관전평 리포트를 보내주기도 한다.


'승리요정→마법사' 최태원 SK 회장, 프로농구 구단주로 변신…자원등판 …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LG 대 SK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2023.4.18 utzza@yna.co.kr
지난해 노후된 잠실학생체육관의 라커룸 리모델링 공사에서도 최 회장의 애정이 묻어있다. 당초 실무진은 '잠실 스포츠·마이스' 개발사업 때문에 체육관이 재건축될 예정이라 거액의 공사비 투입을 망설였다. 하지만 최 회장은 "우리 선수들이 샤워실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면 되겠느냐"며 '진행시켜!'를 외쳤다고 한다.


'승리요정'이기도 했다. 지난 4월 18일 4강 플레이오프 창원 LG와의 3차전이 열렸을 때 이번 시즌 처음으로 홈 경기장을 찾아 승리 기운을 불어넣었다. 최 회장의 10차례 '직관', 승률 100%란 이색기록이 화제가 됐다.

앞서 최 회장은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해 핸드볼 전용경기장을 건립하고, 남녀 핸드볼팀을 창단하는 등 고사 위기의 핸드볼계를 살려내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핸드볼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핸드볼에 쏟은 공로를 바탕으로 2020년부터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핸드볼뿐 아니라 펜싱 등 아마 종목에서도 그의 손길이 닿으면 '살아나는' 마법을 보였던 최 회장. 이제 프로농구에서 '요정'의 '마법'을 부릴 모양이다. SK 구단 관계자는 "회장님이 구단주로 나서니 이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없다. 선수들도 다음 시즌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보자는 동기부여가 되었는지 몹시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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