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의 종영 인터뷰가 19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됐다. 원래대로라면 13.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자체 최고 기록으로 막을 내린 작품의 성과와 아이유와 변우석의 케미를 칭찬하며 웃고 떠들어야 했던 자리.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무거운 한숨과 "죄송합니다"라는 사과가 반복됐고 결국 "제가 왜 그랬는지…"라는 자책 끝에 박 감독은 눈물을 흘렸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역사왜곡 논란 때문이었다. 성희주(아이유)와 대비 윤이랑(공승연)의 독대신에서 나온 중국식 다도 장면, 대비의 대군(변우석) 앞 석고대죄 신, 실존 인물(문효세자) 훼손 논란에 이어 11회 즉위식 장면에서 이안대군이 십이면류관이 아닌 구류면류관을 쓰고 신하들이 '만세' 대신 '천세, 천천세'를 외치는 장면 등이 등장하며 역사 왜곡 논란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황실 체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고, 중국에서는 '한국이 속국임을 인정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주연 배우인 아이유와 변우석이 공식 사과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박 감독은 인터뷰에 앞서 "촬영이 끝나고 이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이 행복하고 힐링이 되시길 바란다고 했는데 죄송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드려 죄송하다. 이 드라마를 같이 노력하며 만들어 온 연기자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보다 어려움을 느끼게 한 것 같아서 죄송스럽다. 작가님도 많이 힘들어 하신다. 이런 결과를 만든 것, 좀더 고민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일본 황실을 참고했다거나 중국과 관련한 일각의 시선만큼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조선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일제 강점기나 한국 전쟁 등 가슴 아픈 역사 없이 왕조가 유지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이라고. 입헌군주제라는 가상 현실과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적 충돌을 현실감 있게 조율하고, 조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미술 의상 등에 대한 자문도 받는 등 고증에도 신경을 썼지만 좀더 철저히 검증했어야 했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박 감독은 또 배우들에 대한 미안함도 털어놨다. 박 감독은 "배우들에게는 미안함 밖에 없다. 너무 열심히 해줬는데 그들이 하지 않아도 될 사과를 하고 상처를 받는 게 미안했다"며 "아이유의 연기는 우리 드라마에 많은 힘을 줬다. 그의 노력 덕분에 조금은 셀 수 있는 상황이 많이 희석됐다. 아이유의 연기가 제가 그렸던 것 이상으로 입체적이라 촬영 현장에서도 즐거웠다. 변우석은 눈빛에 슬픔을 담으려 노력해줬다. 그런 노력이 인정받길 바랐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인터뷰 말미 결국 눈물을 흘렸다. 휴지를 다 적실 정도로 통탄의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에 취재진도 잠시 질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박 감독은 "'재미있다' '감동'이라고 하며 봐주신 분들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린 박 감독은 "이 드라마를 사랑해주시고 좋아해주셨던 시청자 분들, 질책해주셨던 여러분에게 좀더 좋은 형태의 드라마, 연기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드라마를 좀더 깊은 고민과 조심스러운 태도로 노력하겠다. 감사하다고 말씀,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향후 어찌보면 불편하셨을 순간들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내부에서 여러가지 논의를 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 잘못"이라고 재차 사과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