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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찬란한 미래vs교도소"…종영 '감빵생활' 여운가득 현실엔딩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8-01-19 05:42 | 최종수정 2018-01-19 06:05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슬기로운감빵생활'의 후일담은 길었다. 그리고 그 끝은 박해수의 출소와 마운드가 아닌 '감빵'이었다. 그래서 그 여운이 더 진하고 길었다.

18일 방송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마지막 회에는 김제혁(박해수)와 2상6방 동료들의 마지막 이야기가 방송됐다.

염반장(주석태)은 김제혁을 협박하기 위해 그의 주변 사람들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법자(김성철)를 징벌방으로 보낸 것도 모자라 유대위(정해인)의 재심을 방해하고, 똘마니(안창환)에게까지 폭행을 가했다. 분노한 김제혁은 야구를 포기하고 염반장을 때려눕힐 계획을 짰다. 준호(정경호)를 통해 염반장이 원하는 3억이 입금된 것처럼 속이고, 스마트폰을 돌려받아 그를 빠뜨릴 함정을 준비했다. 김지호(정수정)에겐 "야구를 그만둬도 사랑해달라"는 말을 전한 뒤, 염반장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 폭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때 나타난 무기수 영감이 김제혁 대신 염반장을 각목으로 구타한 뒤 "날 구해줘서 고맙다. 내가 해줄 것은 이것뿐"이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염반장은 그의 뒤를 봐주던 형님에 대한 폭언을 김제혁이 고스란히 녹음함에 따라 암담한 앞날이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김제혁은 먼저 출소하는 법자에겐 자신의 에이전트로 고용하기로 약속하고, 김민철과는 다정한 작별을 고했다. 출소하는 날에는 유대위부터 준호까지,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모두와 푸근한 인사를 나눴다. 교도소 앞에서 기다리던 어머니-준돌(김경남)과 포옹했고, 믿고 기다려준 김지호와 뜨거운 키스를 나눴다.

하지만 '감빵생활'이 더욱 특별했던 것은 뜻밖의 긴 후일담이었다. 김제혁의 출소, 혹은 마운드에 복귀한 김제혁을 그리는 데서 끝날 법했던 '감빵생활'은 등장인물들의 상세한 에필로그에 10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해 더 짙은 여운을 남겼다.

김제혁은 한국시리즈 때 콜업됐고, 패전처리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훗날의 빛나는 순간이나 극적인 승리, 세이브가 아닌 뜻밖의 현실이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라는 노래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준호와 제희(임화영)는 연인이 됐고, 팽부장(정웅인)은 딸의 학교에 일일교사로 등장해 교도관임을 밝히고 포승을 묶는 법을 선보이는 등 콤플렉스를 극복한 모습을 보였다. 유대위는 아직 출소하지 못했지만, 후임을 죽인 범인 오병장은 살인죄로 징역 35년을 받았다.


반면 김제혁의 매니저가 된 법자를 제외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출소 이후 인생은 후일담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명교수(정재성)-카이스트(박호산)-장발장(강승윤)-고박사(정민성)-한양(이규형) 등은 극중 실제 범죄자임에도 독특한 캐릭터성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가령 이들이 김제혁의 경기를 관중석에서 함께 지켜보는 장면을 넣었다면, 클리셰적이지만 따뜻한 엔딩도 가능했다.

하지만 극중 매력과 별개로 '진짜 범죄자'인 이들의 뒷이야기를 시청자들의 상상에 오롯이 맡김으로써, 방영 전부터 제기됐던 '범죄자 미화' 논란을 부분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 게다가 길게 처리된 에필로그에 이어진 드라마의 마지막은 결국 '감빵'이었다. 재소자들을 다잡는 준호의 욕설, "2사동 전체 폐방"이라는 외침, 차갑게 닫힌 철문, 조용히 가라앉은 교도소를 배경으로 크게 울리는 구둣발소리가 김제혁의 '찬란한 미래'와는 대조적인 현실적인 엔딩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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