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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던 조민기가 경찰 조사를 3일 앞둔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투' 운동의 확산 속에 가해자로 지목된 그는 각종 폭로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환 날짜(12일)가 다가오자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조민기의 죽음에 그를 비판한 여론과 피해자들도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바란 것은 참회와 정당한 법의 처벌이었지 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민기의 사망으로 '미투' 운동 역시 작지 않은 변곡점을 맞고 있다.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떠난 조민기의 죽음은 무책임하다" "수사 이전에 폭로만으로 가해자를 범죄자로 몰아선 안된다" 등의 다양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투는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낸 이후에도 조민기에게 언어적으로, 신체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졌고 소속사는 심각성을 인지해 조민기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조민기는 여론의 악화에 전 소속사를 통해 입장문을 다시 한 번 발표했다. 조민기는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깊은 사과를 전했고 "법적, 사회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경찰 출두를 3일 앞둔 지난 9일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조민기의 죽음으로 인한 '사건 종결'
조민기의 죽음으로 인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충북지방경찰청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다"고 밝혔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6일부터 정식 수사로 전환해 수사를 진행해왔으며 2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쌓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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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중이다. '여론이 조민기를 죽였다'는 의견과 '조민기가 죽음을 택함으로써 아무 것도 하지못하게 된 피해자들이 더 안타깝다'는 의견이다. 자칫하면 성추행 의혹을 옹호하는 모양새가 될까 두려워 추모를 주저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이들이 추모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것은 모두 고인이 생전에 만든 '성추행 의혹' 때문이었다. 사회적 법적 책임을 다 하겠다던 그가 소환을 남긴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서 피해자들에게 두 번의 상처를 안겼던 것 또한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관계자는 쓸쓸한 조민기의 빈소에 대해 "개인적으로 조문을 하려다가도, 주변의 시선에 자유롭게 조문할 수 없다. 빈소를 찾았던 유명인들도 자신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비공개로 치러진 상은 오는 12일 오전 6시30분 발인으로 이어지며 고인의 장지는 서울 추모공원에 마련됐다.
▶그럼에도 미투는 계속돼야 한다
조민기의 사망에도 '미투'는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여전히 피해자들은 현실에 남아 있고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껏 침묵했던 이들이 막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 때에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으로 인해 '미투'가 움츠러들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했다.
고인의 죽음으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쏟아지는 '미투가 사람을 죽였다'는 비난은 2차 가해다. 이 때문에 '미투'를 외치기 전 '자기검열'까지도 이어가며 외침에 대한 용기를 잃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미투'는 여전히 계속돼야 하는 과제다. 지난 달 연극계 성추행 폭로를 시작으로 배우, 아이돌 등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목소리가 이어졌고 사회 곳곳에서의 외침도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들은 가해자이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제 막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미투'의 외침이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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