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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민규동(48) 감독이 배우 김해숙(63)과 김희애(51)의 열연에 경의를 표했다.
그동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0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11)을 통해 따뜻한 휴먼 감성을,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 섬뜩한 공포를, 또 '간신' 파격적이면서 스타일리시한 연출까지 극과 극을 넘나드는 장르를 시도해온 민규동 감독은 각기 다른 장르 속에서도 특유의 인간애를 그리며 자신만의 결을 드러냈다. 이번 신작 '허스토리'는 이러한 민규동 감독의 연출 색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역작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90년대 초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의 인터뷰를 보고 가슴 속 커다란 바윗덩어리를 얹었다는 민규동 감독은 10년 전부터 관부 재판을 다룬 '허스토리'를 준비했다. 관부 재판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10명의 원고단과 13명의 변호인이 시모노세키(하관)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를 상대로 23번의 재판을 진행한 사건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낸 유의미한 재판.
인터뷰에서 만난 민규동 감독은 극 중 관부 재판 원고단의 단장을 맡아 법정 투쟁을 이끌어 가는 문정숙 역의 김희애, 정숙의 도움으로 일본 사법부에 당당하게 맞서는 배정길 역의 김해숙에 대해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어 했다"고 어렵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사실 김해숙이나 김희애 모두 너무 완성된 배우들 아닌가. 당연히 이번 작품도 어려움 없이 잘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특히 김해숙은 시작부터 긴장을 했다. 그분은 처음부터 가짜로 연기할 생각이 없었고 그래서 매 순간 어린 아이처럼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려워했다. 처음에 내가 두 배우에게 '허스토리'를 제안할 때는 내 영화가 두분의 연기에 비해 너무 작은 그릇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작 본인들은 이 작품이 자신들이 차마 담을 수 없는 큰 그릇이라 여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허스토리' 이후 우울증을 진단 받을 정도로 큰 후유증을 앓았던 김혜숙. 그렇기에 민규동 감독의 마음이 더욱 쓰였던 것도 사실이다. 민규동 감독은 "처음엔 내가 김해숙에게 늘 말 했던 게 '그냥 담담하게 해주세요'였다. 하지만 절대 담담하게 연기할 수 없었던 캐릭터다. 혼신의 연기를 쏟아낸 뒤 컷을 외치면 나에게 달려와 매달리며 펑펑 우는 일이 많았다. 촬영 내내 감정을 눌러야 했으니 그 속이 얼마나 많이 아팠겠나? 김해숙은 '허스토리'의 배우, 스태프 등 모든 이들에게 갈채를 받기도 했다. 다들 그분의 열연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적이 많았다. 작품 끝난 뒤에 너무 힘들어 해서 '다른 드라마, 다른 영화로 도망가라'고 했지만 결국 못 도망가고 한동안 방황했다. 지금도 여전히 아파하고 있고 개봉을 앞둔 최근에서야 숙제를 끝낸 듯한 느낌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마지막 법정 신을 찍은 뒤 쓰러진 김혜숙의 모습이 선하다. 정말 잘 버텨줬다"고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허스토리'는 역사상 단 한 번, 일본 재판부를 발칵 뒤흔들었던 관부 재판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10명의 원고단과 13명의 변호인이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를 상대로 23번의 재판을 진행한 실화를 영화화했다.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선영, 김준한, 이유영, 이지하 등이 가세했고 '간신' '내 아내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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