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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할리우드 영화 감독이자 TV 시리즈의 연출자이기도 한 존 힐코트(58) 감독이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017년 12월 공개된 시즌4 세 번째 에피소드인 '악어'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더 로드'(2009),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2012), '트리플9'(2016)을 연출한 존 힐코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악어'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미아(안드레아 라이즈버러)가 기억을 엿보는 기계 '리콜러'를 가지고 자신을 찾은 보험 조사원 샤치아(키란 소냐 사와)에게 자신의 어두운 비밀을 숨기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나친 욕망과 잘못된 선택이 낳은 처절한 결과를 보여주며 씁쓸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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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는 제목 자체도 '블랙', 내용도 굉장히 어둡다. 이 어둡고 우울할 수 있는 소재의 작품을 시리즈로 만든 건 굉장히 용감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내용에도 '블랙미러'는 굉장히 팬층이 두터운 시리즈라는 점이 독특하다. '블랙미러'는 많은 대중들이 어두운 소재를 다루는 시리즈를 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발견해낸 매력적인 시리즈라 생각한다.
이어 그는 에피소드 '익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사실 '악어'에 등장하는 기억을 재상하는 장치는 시즌1의 세 번째 에피소드 '당신의 모든 순간'에서 한 차례 등장한 바 있다. 상상력을 우선으로 내세우는 '블랙미러'에서 이미 다뤘던 비슷한 소재를 다시 한번 새로운 에피소드에 등장시키는 건 위험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힐코트는 '당신의 모든 순간'과의 명백한 차이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그 부분을 총괄제작자인 찰리 브루커를 비롯한 모두가 우려했다. 하지만 앞선 '당신의 모든 순간' 표현된 기억과 '악어'에서 표현된 기억에는 차이가 있다. '악어'에서 표현된 기억에는 일종의 '허구성'이 존재한다. 객관적인 명확한 기억이 재생되는 것이 아닌, 기억이 회상될 때마다 왜곡되고 변형된다. 그러한 기억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기억을 재생하는 부분을 아날로그적 느낌을 살려 표현했다. 또한 스토리나 주제적인 측면도 완전히 달랐다. '당신의 모든 순간'에서의 기억은 가정과 불화를 중심 주제로 삼는다. 하지만 '악어'에서는 극한의 압박 속에서 무너지는 인상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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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화의 결말, 보는 이의 많은 해석을 이끌어내는 주인공 미아의 눈물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다달은 미아가 느꼈을 억울함, 분노, 죄책감, 미안함 등 수많은 감정들. 존 힐코트 감독은 미아의 눈물에는 수많은 감정 중 상실감이 가장 짙게 녹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에 미아가 느꼈을 감정은 '결국 내가 돌아올 수 없는 곳까지 왔구나. 회복 불가능한 곳까지 와버렸구나. 그럼으로 인해 모든 걸 잃었구나'라는 상실감이었다. 살인을 해가면서까지 처절하게 상황을 벗어나려고 했던 미아는 마지막에서는 도망이나 도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모든 상실감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장르물의 결정판라고 할 수 있는 '블랙미러' 시리즈. 존 힐코트 감독은 '블랙미러'와 장르물이 특화된 한국 영화와 맞닿아 있는 면이 많다고 설명하며 "한국의 훌륭한 장르물로부터 좋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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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넷플릭스